소비자 불만에도 사과 입장을 보이지 않던 글로벌 뷰티 업체 로레알이 중국 왕홍(网红, 인터넷 스타) 호스트의 보이콧에 즉각 낮은 자세로 돌변했다.
18일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에 따르면, 18일 중국 웨이보(微博)에서 키워드 ‘로레알 사과’가 검색어 1위로 떠오르며 현지 누리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일 ‘솽스이(双十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로레알이 진행한 할인 행사였다. ‘솽스이’ 예약 구매 기간, 중국의 양대 ‘완판 쇼핑 호스트’인 리자치(李佳琦)와 웨이야(薇娅)는 로레알 앰플 마스크팩을 최저가로 판매한다며 홍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당시 이들이 제시한 가격은 50개에 429위안(8만원)으로 추가 할인권을 더하면 최저 368.94위안(6만 8000원)이었다.
문제는 로레알이 11월 1~3일 자체 진행한 할인권이었다. 한 소비자가 리자치, 웨이야의 라이브 방송에서 제시한 최저가보다 로레알 공식 쇼핑몰의 최저가가 100위안(1만 8000원) 이상 저렴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당시 로레알은 999위안(1만 8000원) 어치를 사면 200위안(3만 6000원)을 할인해 주는 쿠폰을 대량 발행했다.
이어 두 호스트 라이브 방송의 ‘최저가’라는 말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2만여 명의 소비자들은 로레일 공식 쇼핑몰과 리자치, 웨이야 라이브 방송에 ‘거짓 홍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16일 로레알은 사과의 입장 없이 “솽스이 기간 각 매장의 할인 행사가 다양하고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이벤트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할인 우대권도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소비자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이번엔 리자치, 웨이야가 직접 나섰다. 17일 이들은 “라이브 방송에서 가장 큰 폭의 할인율이라고 밝혔으나 타 플랫폼에서 이보다 저렴한 동일 제품이 존재했다”며 “이는 라이브 방송을 따르고 믿고 구매해 준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로레알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로레알이 해결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24시간 뒤에도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소비자에게 보상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두 호스트는 이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로레알과 모든 협력을 중단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대표 쇼핑 호스트의 보이콧에 누리꾼들의 관심은 로레알의 ‘과오’에 집중됐다. 결국 이날 새벽 2시, 로레알은 소비자에게 깊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웨이야, 리자치 라이브 방송 및 기타 관련 소비자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을 두고 “표면적으로는 가격 경쟁 논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중국 인기 쇼핑 호스트와 로레알의 ‘기싸움’이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 경제학자는 “각종 할인권이 넘치는 솽스이 기간 사용할 수 있는 최대 할인권을 중복 사용해 저가가 만들어진 것이 정말 로레알의 잘못일까? 모든 상점이 인기 라이브 방송에서 제시하는 최저가보다 더 저렴해서는 안 되는 걸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이번 논란은 인기 쇼핑 호스트와 소비자의 목소리가 시장 전반에 미치는 발언권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양대 호스트가 보이콧을 선언하자 이들의 영향력을 의식한 로레알이 바로 고개를 숙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