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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올해의 범죄자들

[2021-12-16, 18:36:40] 상하이저널

사람 여럿이 모여 있는 곳엔 언제나 악인이 존재하며, 스스로의 쾌락을 좇는 인간의 특성상 범죄는 언제나 인간 사회의 일부분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범죄자들의 이름이 매스컴에 오르내렸고, 그 중에서는 평범하거나 흔한 사건도 있었으며 인면수심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 극악무도한 사건도 많았다. 

특히 올해는 영아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이 눈에 띈다. 올해 초부터 16개월 입양아를 잔인하게 살해한 부모의 이야기로 대한민국 전역이 떠들썩했던 것을 시작으로 이번 년도에는 유난히 끔찍한 비보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2021년을 돌아보는 지금, 이번 한 해를 비추는 수많은 기록들이 분명 달갑지만은 않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올해의 범죄자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들

올해의 범죄자로 가장 먼저 꼽아야 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입양한 어린 딸을 학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장하영 (1986년생)과 그 배우자 안 모 씨일 것이다. 흔히들 정인이 사건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는 이 사건은 기껏해야 한 살을 넘긴 아기를 상습적으로 폭행, 학대해 종국에는 내장 파열로 죽게 하여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아이의 직접적인 사인은 보통 압사나 심각한 교통사고 현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상해인데, 성인조차 견디기 힘들어 실신하는 고통이 바로 복부 내장 파열이다. 

이 사건은 타 아동 학대 사건에 비해 학대의 강도가 높고 극악하여 전국적인 분노와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고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에 관할 서장이 경질되기도 하는 등 뒤따라 수많은 논란을 점화시켰다. 피해 아동의 입양을 주선한 아동입양기관 역시 부실 관리와 직무유기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가해자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태도는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1심에서 양모 장하영은 무기징역, 양부 안 모 씨는 징역 5년이 확정되었음에도 형을 줄이기 위해 항소하는 추태를 보여주었다. 

정인이 사건의 흉터가 채 가시기도 전에 6월경 대전에서 1세 여아를 강간하고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이자 양아버지 양정식은 생전 젖도 떼지 않은 딸을 성추행하고 구강성교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사건 당일 아이를 이불에 덮은 후 1시간 이상을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뒤틀린 욕망이 나은 참극

노원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살인 사건 역시 올해 대한민국을 휩쓴 살인 사건 중 하나다. 범인 김태현(1996년생) 은 피해자 자매 중 언니 쪽인 A씨에게 호감을 가져 수 개월 간 구애했음에도 결국은 거부당했다. 이것에 앙심을 품은 김씨는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집에 침입, 일가족을 전부 살해한다.
 
김태현은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범행 당일에는 휴대폰으로 ‘사람을 빨리 죽이는 방법’ 등을 검색하는 등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이 아님이 증명되었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 역시 노원구의 한 슈퍼에서 훔친 것이다. 

그는 이전부터 도벽이 있었고 성희롱 등의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전과 3범이었다. 한동안 기분이 좋아 보이다가도 이유 없이 격분하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그의 동창들은 증언했으며, 직업을 구해도 며칠 내로 그만두기 일쑤였다고 전해진다.

그는 차례대로 A씨의 동생과 어머니의 목을 찔려 숨지게 한 뒤,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온 A씨까지 살해했다. 이후 수차례 자살 시도를 하였으나 기절에 그쳐 실패하였고, 이후에도 이틀간 피해자의 집에 머물며 맥주와 우유를 마시는 등 알 수 없는 여유를 보였다. 숙면을 취한 후 깨어나 이번에는 복부를 찔러 자살을 시도했으나 주요 장기를 비껴가 실패. A씨의 지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집에 들이닥치자 자신의 목을 찔렀으나 이번에도 역시 실패하여 살아남아 죗값을 치르게 된다.

경찰은 죄질의 정도와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김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고, 이후 포토라인 앞에서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맨 얼굴을 공개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김태현의 이와 같은 행동을 보고 사이코패스와는 거리가 멀지만, 지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고 진단했다. 검찰은 그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최근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그의 만행은 그 자체로도 잔인하며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김태현이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가 이상하리만치 평범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 플레이했으며, 우리가 흔히 연쇄살인범에게서 보는 악마적 기질이나 무계획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살인범이지만 옆집 이웃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렇기에 사람들이 그를 더욱 두려워한 건 아닐까.

총성이 시작한 거대한 물결

로버트 애런 롱 (Robert Aaron Long) 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범죄자이다. 그는 올해 3월 발생했던 애틀란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으로, 뚜렷한 동기나 이유 없이 9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 이 사건은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불거져 가던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를 재조명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롱의 범죄는, 스스로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을지언정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전국적으로 촉발시켰다. 이전에도 꽤 비중 있게 다뤄졌던 #StopAsianHate 가 그것이다. 이것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흑인들이 미국에서 받는 차별에 맞서기 위해 외치던 Black Lives Matter(통칭 BLM) 운동과 본질적으로 흡사하며, 실제로 많은 흑인 유명 인사들을 비롯, BLM운동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이 #StopAsianHate 운동에도 지지를 표한 바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들도 목소리를 낼 만큼 거대한 움직임이 된 #StopAsianHate가 증오범죄라는 비극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먼 이국 땅에서 벌어진 사건일지언정 우리 역시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적 부조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책무가 있으며, 이것을 가능케 한 촉진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롱을 2021년의 범죄자 중 하나로 선정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였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던 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사람은 사람의 일을 하고 짐승은 짐승을 일을 하는 것이 옳지만, 둘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사실은 당연하다면 당연하면서도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안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2022년을 기다려 본다.

학생기자 김보현(SA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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