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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33]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

[2022-03-18, 00:22:57] 상하이저널
김나영 | 와이즈맵 | 2019.04.25
김나영 | 와이즈맵 | 2019.04.25

스펙제로 야간대생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코디네이터까지

중 2 딸아이가 빌려온 책을 뒤적거리다 책 소개까지 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숙제 한 가지를 덜게 되었다.

나는 딸 아이가 조잘조잘 자기 꿈과 희망을 상상하고 기대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막연하고 스스로 그게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말이다. 내 희망과 달리 진로 교육을 접한 뒤부터 아이는 연봉과 인턴 기간을 들먹이며 너무 현실적인 얘기만 늘어놔서 깜짝 놀랐다. 조만간 헬리콥터 택시가 하늘을 날고, 차를 부르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해서 나를 데리러 오게 되고, 수면 중 꾸는 꿈을 영상으로 찍어 해석도 거의 가능하다는 시대다. 기존의 틀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너무 현실적인 것을 보기 보다, 막연하지만 궁금하고 하고 싶고 만들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으면 좋겠다. 그 중 많은 부분들이 이뤄질 것이고, 그 과정이 보람찬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건네다 보면, 어느새 딸아이는 문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있다. 말재주 글재주 없는 엄마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김나영의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는 아이에게 ‘그 느낌’을 맛보게 해주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한다.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은 49척이나 되는 크루즈를 보유한 글로벌 크루즈 기업이다. 저자는 이 회사 중국지사에서, 회사대표의 직속 정무비서 및 중국,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즈니스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경력을 듣자면, 얼핏 해외 MBA 출신이거나 SKY 출신쯤 되나 싶지만, 저자는 한 ‘지방’ 대학에 있는 ‘야간 대학을 졸업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 형편 때문에 1년에 이사를 두어 번씩 하고, 고등학교 때도 대학 진학 생각을 안 했다고 한다. 그러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려고 외국어 학원에 등록한 것을 계기로 중국어를 접하게 되고, 늦게 시작한 공부로 간신히 야간대학 입학 기회를 갖게 된다. 

대학교 내내 주 7일간 알바를 하고, 학비 마련을 위해 휴학도 하고, 그것도 힘들어서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을 하기도 했단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하는데, 알바를 안 해도 된다는 줄 알았더니 주 7일 하던 것을 주 5일 하는 것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  
 
저자는 북경대 교환학생으로 어렵게 유학을 간 베이징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을 만나고, 이탈리아 친구의 사진첩에서 발견한 크루즈에 반해 크루저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꾸게 된다.  어려운 과정과 긴 기다림을 거쳐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 크루저에 승선함으로써 첫 번째 꿈을 이룬다. 크루즈 내 레스토랑 보조 웨이트로 시작했는데 마침 중국어, 한국어, 영어가 모두 가능 직원이 급히 필요한 상황에서 사무직인 게스트 서비스로 옮길 기회를 빠르게 잡았다고 한다. 나중에는 한국 여행사에서 신생 크루즈 팀을 이끌어 1년 만에 7만 명을 모객하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모인 당차고 적극적이고 경험 많은 동료와 멘토들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경험할 환경이 주어졌고,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며 일을 즐기다 보니 대학생들이 궁금해하고 부러워하는 오늘날의 경력을 쌓게 된다. 
꿈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고 그 길을 간다는 것! 그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 행운을 스스로 찾아내고 놓치지 않고 만들어 갔다. 세상의 기준에 동의하지 않고서.  
 
나도 나이가 들고 보니, 열정적인 삶이 아니어도 삶은 좋을 수 있고, 그것이 더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할 수 있다면 한 번쯤? (되도록 영원히? ㅎㅎㅎ) 열정적으로 살라고 얘기하고 싶다. 
 
박영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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