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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 문학동네 | 2020.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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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 심시선 여사는 엄마랑 비슷한 세대이고 나도 그녀의 딸들과 비슷한 세대다. 그래서 공감이 생긴 부분도 있고, 파격적인 삶을 살다 간 그녀에게 매혹당하며 읽어간 소설이다.
심시선은 어린 시절 가족이 몰살당하고 쫓기듯 이주 노동자로 하와이에서 살다가 극악무도한 인간을 만나 다시 독일로 프랑스로 그렇게 돌고 돌아 한국에 정착하여 가정을 이루고 자기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다.
몰입도가 상당히 좋았던 이 책을 다 읽고 곱씹어 보니 현실성 없는 부분도 꽤 있었다. 그런데 왜 나는 책을 읽는 동안은 눈치채지 못했을까 생각해보았다. 마치 씨솔트 아이스크림이 당도를 더 올려주는 것처럼 군데군데 산재한 이런 비현실적 요소가 리얼리티를 극대화한 것은 아닐까 한다. 정세랑 작가의 당당함이 만들어낸 설득력일 것이다.
책의 앞장엔 심시선 여사의 가계도가 나온다. 정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누가 누군지 맞춰가며 읽었다. 나이도 성격도 직업도 다양한 이 인물들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있어 놀라웠다. 작가가 이 소설을 4년여에 걸쳐 썼다고 들었는데 공들여 쓴 글을 알아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이 소설은 각 장마다 심시선 여사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그녀가 쓴 글이 한 토막 나오고 현재를 살아가는 그녀의 자손들의 이야기와 엮인 구조로 되어있다. 존재감 넘치는 심시선 여사를 단편 단편 알아가는 것이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그녀가 내린 뿌리부터 몸통 줄기 잎까지…. 한 그루의 아름드리나무를 보는 기분이 드는 구성이 아닌가 싶다.
책의 끝에 작가의 말을 보면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라고 쓰여 있다. 나도 이 말에 매우 동감한다.
최수미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