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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재판의 세계가 열리다

[2022-05-05, 17:01:22] 상하이저널
학년이 올라갈 수록, 학생들은 교외 활동과 대회에 대한 걱정이 많아진다. 특히 우리 학교가 이과 중심인지라, 문과 학생들은 모의유엔 말고는 나갈 대회가 전혀 없다고 불평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진흙 속 진주같은 대회가 하나 있다.  

모의재판이란?

법정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봤다면 한번쯤은 모의재판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미드 “슈츠”나 최근에 나온 한국 드라마 “로스쿨”에도 모의재판을 하는 장면들이 나왔다. 모의재판은 1985년 미국의 한 모의재판 협회로부터 시작되어 실제 미국 재판의 진행과정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회이다. 참가자는 변호사 또는 증인의 역을 맡아 원고와 피고를 대표하여 재판을 진행한다. 미국에서 모의재판은 오래된 역사와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으며 실제로 미국의 영재 고등학교 뿐만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명문대들은 꼭 학교마다 모의재판 팀이 하나씩은 있다. 

중국의 모의재판

2014년, 드디어 중국에도 모의재판 대회가 열렸다. 미국 최고 모의재판 주최자인 American Mock Trial Association의 대회 규정을 따라 미국에서의 고등학생 및 대학생들의 모의 재판을 그대로 따라해 중국에서도 매우 인정 받는 대회로 성장하고 있다. 일년 전 여름에 참여했던 모의재판 대회에는 한 팀당 여섯 명 씩, 서른 팀 가까이 참여했으니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다. 모의유엔과 마찬가지로, 주최측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군데가 있지만 제일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뽑자면 Peer Potential Mock Trial(PPMT)이다. PPMT는 일년에 두 번, 겨울과 여름 방학 때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대회를 열고 여름에는 오프라인, 겨울에는 온라인인 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겨울방학 모의재판 때는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아서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 학생들도 참여를 해 서른 팀 이상이 참가 신청을 했다. 또 미국 현지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이 직접 재판장 역을 맡아 주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참가비일 것이다. 오프라인은 2천에서 3천 위안 사이이지만 온라인 대회는 50위안 밖에 하지 않는다. 

모의재판 만의 매력

토론 대회나 모의유엔 같은 대회도 많은데 왜 굳이 모의재판일까? 일단 각종 토론 대회나 모의유엔은 이미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모의재판의 가장 큰 매력은 예측할 수 없는 스릴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 토론 대회가 아니라, 진짜 재판이다. 내가 변호사를 맡는 순간, 나는 나의 증인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짊어지게 되고, 증인이 되는 순간, 내가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책임을 지게 된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나가는 재판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고 그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끌어가느냐 에 따라 우리가 변호를 맡은 측의 운명이 좌지우지된다. 어떻게 보면 상대 변호사들이 끊임없이 던져오는 질문과 이의제기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과도 같다. 

모의재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

나는 원래 법 쪽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모멘트에 모의재판 클럽 홍보 포스터가 올라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가입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딱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 모의재판과는 애증의 관계다. 대회  한달 전에 나눠주는 케이스를 읽고 분석하는 것부터, opening 또는 closing 원고를 작성하고, 증인 심문까지, 적어도 3주는 모의재판 준비에 투자하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작성하다 가끔씩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억울함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는 순간, 이런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나는 원래 앞에 나서서 발표하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 성격이다. 친구들이 다 참여하는 모의유엔에 따라갔다가 말 한마디도 못하고 대회 비용 2000원을 날리고 온 사람이 바로 나다. 그렇지만 모의 재판은 생각만 해도 긴장이 돼서 손이 덜덜 떨리더라도, 반드시 참여하게 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비록 정식 대회에 참여한 지 횟수로는 두 번 밖에 되지 않지만 모의재판에서 배운 것은 정말 많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자신감’이다. 모의 재판을 할 경우 두 팀끼리 각각 원고 측과 피고 측을 도맡아 재판을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팀간의 기 싸움이 자주 있는 편인데 상대팀이 대회 장소에 도착을 하는 순간부터 이미 암묵적인 기 싸움이 시작된다. 상대방이 매우 자신감 있어 보이면 우리 팀은 어느새 기가 살짝 죽어서 실력대로 발휘를 못할 수도 있는데 이때 배운 건 ‘자신감이 없으면 있는 척이라도 해라’ 였다. 어차피 상대는 내 자신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지 못하기에 그냥 있는 ‘척’ 이라도 하면 어느새 상대방을 기선제압하게 된다. 

또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법, 감정 컨트롤의 방법에 대해 배운 것이다. 변호사 역을 맡은 경우에는 반드시 능청스러워야 하며 쉽게 당황해서도, 흥분해서도 안된다. 상대편이 어이없는 소리를 해도, 침착하게 대처 하는 습관을 들여준다. 한번은 대회 도중 상대편이 제기한 의의에 나 자신도 설득되어서 미리 생각해온 심문의 후반부를 전부 날려서 정신줄을 놓아버려 팀에게 피해를 입힌 ‘전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모의재판을 통해 이야기 전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건 단순히 발표 실력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모의재판에 토론의 요소가 조금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토론을 잘하는 사람이 모의재판을 잘하는 건 아니다. 사건은 누구 관점으로부터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 측 이야기를 누구보다 설득력 있고 논리 있게 풀어나가야 하는 것, 그리고 그걸 재판장에게 설득 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건 일상생활 속 뿐만 아니라 이후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평범한 이야기를 유려하게 풀어내는 데에는 매우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들

만약에 본인이 혹은 자녀분들이 법에 관심이 있거나, 연기를 좋아하거나, 자신감을 키우고 싶어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흔히들 문과들만, 혹은 미래의 변호사 지망생들만 참여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모의재판 대회에서 만난 선배들을 보면, MIT 이과로 입학하게 된 선배도 있고 UCLA 경제학과로 진학을 하게 된 선배도 있다. 고등학교 생활을 좀더 역동적으로 보내고 싶거나 본인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싶다면 모의재판 대회도 추천해 본다. 
     
학생기자 김리흔(상해중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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