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문화다양성의 날
수많은 이주민과 외국인들이 이민을 오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간다고 여겨졌던 20세기의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이라고 불렸고, 현재에는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 섞여 조화를 이루되 각자의 문화를 보존하는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미국이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로 여겨지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미국의 인구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일 것이다. 2020년 미국 인구의 비율은 백인이 57.8%로 가장 높은데 이어 히스패닉이 18.7%, 흑인 12.4%, 그리고 아시아계가 6%를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이 인종의 다양성 본격적으로 보장하고 다양한 인종들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한 것으로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250년 역사의 대부분은 자신들과 다른 인종들에 대한 핍박과 차별로 얼룩져 있다.
1776년 7월 4일13개의 영국 식민지들이 영국 왕실에 독립을 선언한 그 날, 독립선언서에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창조주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는데, 그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쓰여있었다. 그러나 흑인과 여성들에게는 이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 권리들이 주어지지도 않았다. 흑인 남성들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지게 된 것은 1870년이었으며, 흑인 여성들은 1965년이 돼서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수많은 흑인들의 노동과 생명을 착취하던 노예 제도는 남북전쟁이 끝난 뒤 1865년에 철폐됐으나, 노예제도는 형태를 바꾸어 20세기까지 살아남았고, 해방된 흑인들은 그 어디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했다.
동아시아인들이 포함돼 있는 ‘황인종’으로 구분되는 사람들 또한 과거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1800년 중반부터 대규모로 이주를 한 황인들은 미국에서 숱한 차별과 멸시를 당했으며, 법 또한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 그 예로, 1882년에 통과된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는 중국인 노동자의 미국으로의 이주를 금지하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백인, 흑인, 그리고 황인 차별은 미국에서 끊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미국은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돼 있지만, 인종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인종이란 생물적 또는 사회적인 기준에 의해 인간을 분류한 것을 말하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피부의 색깔과 지리적 특성들로 인종을 나누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사람들을 다섯 가지의 인종으로 구분하는데, 각 각 백인(White), 흑인(black)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 북미 원주민(American Indian) 또는 알래스카 원주민(Alaska Native), 아시아인(Asian), 그리고 하와이 원주민(Native Hawaiian) 또는 다른 섬 원주민이다.
미국에서 구분하는 인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인종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기준들로 인간들을 분류해 놓은 것이다. 피부 색깔의 경우 하얀색과 검은색처럼 어느 한 색깔로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분류 내부에 존재하는 특성 몇 가지를 집단 전체의 고유한 특징처럼 여기는 것도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동시에 인종 간의 구분을 완전히 없애는 것 또한 좋은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인류가 종 단위에서는 하나더라도 제각기 다른 여러 집단으로 분화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히 피부색과 같은 특정 생물학적 또는 사회적인 기준이 아닌 좀 더 의미 있는 구분법을 정립해야 한다.
국제엽합(UN)은 2002년 매 해 5월 21일을 발전과 대화를 위한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World Day for Cultural Diversity for Dialogue and Development)로 제정해 상호 존중을 전제로 민족, 인종, 성별 등 사람들 간의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종의 다양성은 문화의 다양성 중 하나로, 여러 인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인류는 항상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과 살아왔으며 사회들과 나라들을 만들었다.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서로 배척하는 것보다 모두에게 이로운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자신과 다른 피부색,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고 무시하는 대신 모든 인간은 본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인종의 다양성을 항상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학생기자 오세진(SAS 11)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