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기아차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20년이 되었으나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차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재신망(财新网)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600만 대로 전년도 동기 대비 6.2% 증가한 반면 이중 한국차 판매량은 9만 4000대로 전년 대비 39.3%나 급감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차 판매 저조는 현지 시장 연료차 하락세와 한국 자동차 기업의 신에너지차 전환이 더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차는 앞서 연료차 분야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차량으로 대표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자체 브랜드의 강세와 일본 합작, 독일 합작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한국차의 입지가 더욱 크게 줄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실제로 베이징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 2016년 매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신에너지차 부문에서 한국차는 아직 정식 승부를 벌이지 못하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베이징 현대 내부 인사는 “현대와 기아의 동작은 일본계 자동차에 비해 너무 느리다”며 “중국 시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현대 순수 전기차 모델은 2023년 하반기에나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현재 연료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신에너지차 점유율은 크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 자동차산업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1~4월 중국산 연료차 판매량은 554만 2000대로 전년 대비 26.6% 감소한 반면,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55만 6000대로 무려 112.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에너지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3.4%에서 20.2%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자체 브랜드의 상승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1~4월 중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6%p 상승한 반면 독일, 일본, 미국, 한국차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올해 1~4월 신에너지차 판매 순위에 따르면, 1~3위는 순서대로 BYD(비야디), SGMW(上汽通用五菱), 테슬라 중국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세 브랜드 판매량은 각각 38만 7400대, 13만 2600대, 10만 9800대로 집계됐다. 이 밖에 상위 15위에 진입한 기업 중 중국 자체 브랜드가 아닌 업체는 테슬라 중국 외에 이치폭스바겐(一汽大众)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 시장과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전기차는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5%로 BMW와 공동 6위에 올랐다. 1위는 14%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테슬라가 차지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2022년 연내 순수 전기차 모델 EV6을 수입 판매할 계획은 있으나 국산 생산 계획은 듣지 못했다”며 “한국 전기차는 중국 외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가 있으나 중국에서는 없다”고 말했다.
매체는 이에 따라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일 조지아 주 정부와 미국 현지에 첫 전용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설을 짓고 전기차 공장, 배터리 생산 시설에 55억 4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22일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 기업과 로봇 기술, 도시 항공교통, 자율주행, 인공지능 분야 등 첨단 기술 협력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