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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나의 상하이 보물 1호

[2022-07-21, 12:49:48] 상하이저널

상하이에 처음 도착해 거리에서 마주한 간판들은 한자인 듯, 그림인 듯 아주 낯설게 느껴졌다. ‘과연 저 글자들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올까?’하며 거리를 걷다 보면 그보다 더 생경하고 놀라웠던 건, 차와 행인이 엉겨 있는 건널목 풍경이었다. 초록불이 켜져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면 우회전하는 차량이, 이제 반을 건너 한숨 돌렸다 싶을 때에는 비보호 좌회전하는 차량이 또 나를 향해 달려온다. 거리에는 자전거가 넘쳐 나고 전기로 움직이는 오토바이 형태의 전동차, 뎬동처(电动车)가 횡단보도와 대로를 누비며 거리를 휘젓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길을 건널 때에는 늘 차 조심, 뎬동처 조심을 누누이 말하던 나는 상하이에 도착한 지 며칠 만에 뎬동처를 사서 그 장엄한 행렬에 동참하게 되었다.
 

상하이에서 여름 날 끝없이 직선으로 뻗은 길을 걷노라면 사막처럼 열기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몇 발자국만 디뎌도 등에선 땀이 흘러 티셔츠를 순식간에 젖은 빨래로 만들어버린다. 아이들 등교를 위해 학교 근처에 집을 구했지만 걸어서 등교했다가는 애가 공부를 하기도 전에 지칠 것 같았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마자 바로 까르푸 매장으로 갔다. 다행히 전기자전거가 있다! 값이 잊히지도 않는다. 2699위안. 가격을 환율로 계산해보고 어쩌고 하기도 전에 나는 바로 판매하는 중국인 아저씨에게 카드를 건넸다. 학교 행사에서 막 돌아온 길이라 타이트한 민소매 원피스 차림이었는데 그 상태로 몇 번 시운전을 해보고 그걸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이후 나는 그 뎬동처로 작은 아이를 학교까지 등교시켰다. 친구들 집을 방문할 때에도 고민하지 않고 휴대폰 지도를 켜고 뎬동처를 타고 갔다. 앞에 장바구니가 달려있어 동네 시장에서 산 과일이나 야채의 훌륭한 콰이디(快递)가 되어 주었다. 이번 봉쇄에 대비해 많은 물건을 사서 실어 나를 때에도 큰 몫을 했다.  

오른쪽 손잡이를 앞으로 당기기만 하면 나아가고 또 자전거처럼 페달을 저을 수도 있어서 쉽게 갈 수가 있다. 자기 전에 충전해두면 한 3-4일은 거뜬히 타고 충전기는 빼서 집에서 충전을 하면 된다. 판매상 아저씨는 번호판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모든 전동자전거는 번호판이 필요하다고 한다. 요즘에는 헬멧을 쓰지 않거나 교통법규 위반 시 자전거나 전동차에도 벌금을 부과한다. 상하이 사람들은 겨울에는 작은 이불처럼 생긴 커버를 손잡이에 고정해 앞에 씌우는데 습하고 찬 바람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한 거라 한다. 나는 그 모습에는 적응되지 않아 아주 두꺼운 기모가 든 바지와 점퍼를 입고 타곤 했다.  


산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바퀴에 바람이 새서 노점 수리점에 물어보니 바퀴 안의 속 타이어가 스크레치로 찢어져있어서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 후 한 2-3년 여를 잘 타고 나니 충전 배터리가 바꿀 시기가 되어 거금을 들여서 바꾸었다. 또 한번은 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듣고 나오니 자전거가 넘어져서 손잡이가 부러져있었다. 다행히 이런 부품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가장 핵심인 모터가 망가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모터가 단종 되어 고칠 수가 없다고 했다. 그간 정이 들어서 꼭 고치고 싶었다. 

고칠 수 없겠냐고 물어보니 동네 자전거포 아저씨가 부품으로 쓰려고 보관해둔, 내 것과 비슷한 사이즈의 뎬동처의 모터로 바꾸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전기선을 다 헤쳐 놓아 볼썽사납게 내부가 드러났다. 어느 비 오는 날 거리에 지나가는 아저씨가 내 자전거를 가리키며 뭐라 뭐라 막 말을 하고 지나갔다. 추측해보니 비가 오면 전기선이 위험하다는 말인 거 같았다. 전기가 흐르는 물건이니 조심해야 하는 데 그것도 모르고 그냥 다녔으니 큰일 날 뻔 했다. 비옷의 커버로 감싸고 테이프로 둘둘 감았다. 

6년 전 상하이 도착해 구입한 뎬동처는 그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사실 상하이에 눈은 거의 오지 않는다) 나의 발이 되어 주었다. 주요 부품들은 다 교체되고 뒷자리 의자 커버 색깔도 변하고 녹이 슬고 흙이 튀어 얼룩덜룩해진 모습이, 늙어가는 내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한다. 물건은 그저 물건이고 쉽게 쓰고 버리면 그 뿐이라 생각해왔던 나에게 붕붕이는(딸과 나는 붕붕이라 부른다) 나와 상하이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나만의 상하이 지도를 넓혀 그려 가게 해 준 보물 1호이며 동반자다. 나의 상하이 생활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붕붕이가 언제 멈출지 모르지만 나는 오늘도 습기 가득한 무더운 상하이의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돌려본다.    

마음이(shimmy0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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