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한 대학에서 교원 학위를 올리기 위해 속성으로 필리핀 박사 학위를 따게 한 사실이 알려져 업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패턴의 한국행 박사 유학을 진행한 대학이 알려져 현지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은 지난 2월 허베이성 싱타이(邢台)학원이 공개한 2021년 임용 교직원 명단에서 해당 대학이 속성 박사학위를 조장한 의혹이 드러난다고 보도했다.
싱타이학원이 공개한 명단의 교직원 13명은 모두 한국 대학교 박사 출신으로 우석대학교가 7명, 전주대학교가 5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중국 유학생이 굳이 한국에서 중국학, 교육학 등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점이 좀 황당하다”며 “싱타이학원도 본교 재직 교사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으로 속성 박사 유학을 보낸 뒤 공개 임용을 한 것처럼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드러냈다.
실제로 선양건축대학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우석대학교의 박사학위 모집 요강에 따르면, 학제 총 기간은 통상적인 4년보다 짧은 2.5년으로 여름, 겨울방학 2개월 동안 한∙중 2개 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진행되며 별도 입학 시험과 한국어 능력시험 없이도 전공과목 이수, 논문 답변을 통해 박사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중국 일부 대학에서 이 같은 비정상적 속성 박사유학을 공공연하게 자행하는 것은 재직 교원들의 학위 수준을 높여 석사 학위, 더 나아가 박사 학위 수여 기관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대학 수준을 승격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무원 학위위원회가 발표한 ‘학위수여권한심사 기본조건(2020년)’에 따르면, 신규 석사학위 수여 기관 신청을 위한 기본 조건에는 박사학위 교원 비중이 25%를 넘어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행 속성 박사유학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19년 6월 중국 앙시재경(央视财经)은 한국의 한 지방 대학이 통상 4개월이 걸리는 한 학기 과정을 단 12일 만에 끝낼 수 있도록 비정상적으로 운영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대학의 ‘학위 공장’ 현상을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매체는 재직 교원의 박사 학위만을 빠르게 취득하려는 중국 대학의 수요와 학생 유치와 수입이 필요한 한국 대학의 수요가 맞아 떨어져 ‘물 박사 학위’라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숑빙치(熊丙奇) 21세기교육연구원 원장은 “중국 지방 대학의 경우 자체 학교 운영 능력으로 우수한 박사 졸업생을 채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재직 중인 석사 출신 교원이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속성으로 취득한 비정상 박사 학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학교는 이 같은 학력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교수의 진정한 교육 능력과 학술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