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이양(贵阳)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열차, 끊임없이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와 수상쩍은 보호자의 모습에 경찰에 신고한 동승객의 대처로 한 산부인과 의사의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
6일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에 따르면, 최근 구이양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G74 열차에서 아동 유괴 혐의로 산부인과 의사 리(李) 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경찰은 “중년 여성과 젊은 여성 둘이 2~3개월 아기를 데리고 있는데 행동이 좀 이상하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고 이들을 찾은 열차 보안 요원은 “당시 두 여성이 모두 묻는 말에 우물쭈물하고 아이 아버지의 생일이 언제인지 서로의 답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수상쩍은 행동에 베이징서역 파출소에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서역 파출소에서 진행한 조사에서 “아이가 어디서 났느냐”는 질문에 중년 여성은 “길에서 주웠다”고 답했다.
그러나 추가 조사 결과, 중년 여성 리 씨는 산부인과 의사로 퇴직 후 구이저우성 모 민영병원에서 근무 중 지난 5월 17일 불법으로 시행한 낙태 수술에서 남자 아기를 산모 몰래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리 씨는 아기의 생존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산모에게 알리지 않고 거주지로 데려갔다.
리 씨가 이 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불임 판정을 받은 아들 부부 때문이었다. 리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8월 초, 빼돌린 아기의 발육 상태가 정상임을 확인한 후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 직접 아기를 키울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리 씨는 주변 사람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젊은 여성인 장(张) 씨를 고용해 자신과 동행하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리 씨는 아동 유괴 혐의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으며 유괴된 아기는 고아원으로 보내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누리꾼들은 “부모도 버린 아기, 빼돌리지 말고 합법적으로 입양 절차를 밟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기가 무슨 죄인가. 두 번 버려진 느낌이겠다”, “친엄마에게 연락해서 이 사실을 꼭 알렸으면 좋겠다”, “이유 불문하고 남의 아이를 몰래 데려가는 것은 끔찍한 범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모른 척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한 동승객이 참 대단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