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2021.11) |
|
"코로나 다음 위기는 외로움"
최근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 교수는 현재를 ‘고립의 시대’라 명명하며, “전염병이 휩쓸고 간 이후, 세계는 심각한 외로움의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코로나 다음의 위기는 외로움”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책에서 외로움을 새롭게 정의 내리고자 한다. 전통적인 정의와는 달리 나는 외로움을 애정, 동반자, 친밀감을 상실한 느낌으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외로움은 파트너, 가족, 친구, 이웃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교류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무시하거나 보지 못하거나 보살피지 않는 것 같은 기분만이 아니다. 외로움은 우리의 동료 시민, 고용주, 마을 공동체, 정부로부터 지지와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다. 외로움은 우리가 친밀하게 느껴야 하는 사람들과 단절된 기분이면서 우리 자신과 단절된 느낌이기도 하다. 외로움은 사회와 가족이라는 맥락에서 제대로 지지받지 못하는 느낌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배제된 느낌이다. 나는 외로움을 내면적 상태인 동시에(개인적,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인) 실존 상태로 정의한다.
-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 중에서
"집단적 외로움, 민주주의 위기"
이러한 실존적 위기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무한 경쟁, 그 속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삶의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자기 본위’의 이기적인 사회, 내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나를 돌봐주지 않으리라고 느껴지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외로운 사회일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의사소통 능력을 상실한 쥐가 새로 온 쥐를 보면 물어뜯듯 이러한 고립의 상태는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들고 극우 포퓰리즘에 휩쓸리거나 정치적 혐오로 내몰아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왜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간호사들의 ‘태움’이 조직 문화가 되는지, 그리고 극우 유튜버가 돈을 버는지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외로움에 빠진 인류"
고립감 해소 위해 감옥으로
일본에서는 상당수의 노령 인구가 사회적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소한 절도 같은 경범죄를 일부러 저질러 감옥에 간다고 한다. 그들에게 감옥은 친구뿐만 아니라 도움과 돌봄까지 제공되는 안식처인 것이다.
친구 대여 서비스
시간당 40달러를 내면 렌트어프렌드(Rent-a Friend)에서 친구 역할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형적인 주 고객은 서른에서 마흔 살 정도의 외로운 전문직 종사자이다. 이 ‘대여된 친구’는 장시간 업무 때문에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는 이들을 위해 같이 저녁을 먹거나 함께 파티에 간다. 이 회사는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영업 중이고 이 회사 웹사이트에는 플라토닉한 친구로 고용되려는 이들이 62만 명 넘게 올라와 있다고 한다.
'외로움부 장관' 임명
급기야 영국에서는 2018년에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판타지 소설 같은 이 이야기들은 외로움 위기를 잘 보여주는 오늘날의 자화상이다.
"외로운 신체는 질병에도 취약"
외로움은 그저 정신 건강상의 위기만이 아니라 신체 건강까지 위협한다. 외로운 신체는 심각한 질병에도 취약해서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확률은 29%, 뇌졸중에 걸릴 확률은 32%, 임상적 치매로 진단될 확률은 64%나 높다고 한다. 외롭다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조기 사망의 위험이 거의 30%나 높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환자들의 건강과 웰빙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인 만성질환과 맞먹는다. 건강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를 하는 것인데 그 결과 더 건강이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COVID19가 발생한 지 만 3년이다. 3월부터 봉쇄가 시작되어 날씨좋은 봄 한철을 집안에서 보내야 했다. 이맘때쯤이면 코로나의 끝이 보일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다시 봉쇄 아닌 봉쇄 상황을 겪고 있다. 약도 구하기가 어렵고 물건도 배달할 사람이 부족해 배송이 제한되고 있다. 비대면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문자 그대로 고립의 시대다.
"초연결 시대, 격리된 아이들"
아이들도 봉쇄 기간 동안 보이지 않는 내상들을 많이 입었다. AP나 IB 파이널 등 중요한 공인시험이 취소되어 입시에 차질을 빚기도 했고, 적절한 때 교사의 관리나 피드백을 받지 못해 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 잦은 봉쇄로 삶의 질이 떨어지자 상하이를 떠나는 교사들이 많아져 수업 결손이 생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테스트를 앞두고 아파트가 봉쇄되어 친구집에서 자고 등교하는 친구도 있었다. 엄마들은 행여 밀접접촉자라도 되어 아이들 학업에 지장이 생길까봐 마음대로 외출도 못하는 시간들이었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몸을 부대끼며 놀지 못하고, 오로지 과제만 내주고 평가만 하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
"고립의 시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고립의 시대> 저자도 고립 현상의 해결에 대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과 눈 맞추고 안아주고 귀를 열어 이야기를 들어주자.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없는지 살펴보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이 고립의 시대, 우리는 이렇게 마음을 열어 작은 연대의 길들을 만들어 가보자.
김건영
-맞춤형 성장교육 <생각과 미래> 대표
-위챗 kgyshbs
-thinkingnfuture@gmail.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