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운세 보셨나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점집에 찾아간 적은 없나요? 어떤 분들은 자신이 믿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며 묻기도 하지요. 우리는 왜 나에 대해 남에게 물을까요? 자기 자신과 대화해 본 적 있나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 적은요? 여전히 헤매기는 하지만 중년이 된 이제야 조금은 알겠습니다. 나에 대해서는 먼저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을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나에게 물어보세요.
저희 큰 아이는 올해 본격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년이 되었습니다. 저도 뒤질쎄라 대입 정보에 귀를 기울이곤 하는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놀라운 추세가 눈에 띕니다. 특히 한국은 문과가 쇠락하였고 이과에 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심각합니다. 심지어 문과에서 전국 1000등 하는 학생이 이과로 옮기면 전국에서 1만 등을 한다는군요. 놀라운 쏠림 현상과 학력 격차입니다. 인공 지능 AI, 바이오 생명과학 등 대체로 이과 계열이 소위 잘나가는 직종으로 인식되면서 취업률이 높아지니, 이에 따라 학과 선택, 고교 과정의 문이과 선택까지 줄줄이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 모양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학과 선택, 미래의 진로는 당연히 나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저 어디 합격해야 폼이 나고 취업률이 높은지 등 오로지 남들의 추세에만 집중할 뿐입니다. 어쩌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12년간의 정규 교육 과정 중에 모든 결정을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고요.
한 번은 친한 선배가 저에게 묻습니다. 큰 딸이 어느 학과를 지원하려고 하는지 말입니다. 저는 딸이 역사/정치/철학에 관심이 많고 유럽 중세사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싶어한다고 솔직히 대답했습니다.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참으로 현실적인 걱정들뿐이었습니다. 왜 그런 과를 가려고 하느냐, 문과이면 경제를 전공해라, 심지어 한국은 한의학과에 문과생도 지원할 수가 있다, 등 오지랖 넓은 각종 고급 정보를 알려 주더군요. 감사했지만 저는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재미있는 라떼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가던 90년대 후반에는 지금처럼 문이과 편중 현상이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의류학과에 가고 싶었으나 선생님이 되라는 아버지 말씀에 식겁하여 도망치듯 언론정보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다행히 그 시절엔 신방과 계열이 가장 인기 있는 과였기에 아버지와 어물쩍 타협한 것이죠. 하지만 저는 졸업 후 보란 듯이 패션 쪽으로 취업했고 아직도 패션업계에서 20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가끔 라떼 시절을 되돌아봅니다. 당시 언론정보학과는 인기가 많아서 수많은 타 학과 학생이 복수 전공 또는 청강을 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취업률이 높았고, 아나운서, 기자, PD 등 인기가 높은 메인 언론사에 직장을 얻었습니다. 멋지게 취업에 성공한 그들이 현재 동일한 분야에서 자기 일을 업으로 삼아 꾸준히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심지어 요즘은 메인 언론사의 개념이 사라지고 1인 유튜버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되었지요. 입시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 웃픈 사례입니다.
우리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현실에서 더 중요한 것은 예측의 정확도가 아니더군요. 자신이 선택한 것을 인내심 있게 좋아하고 어떠한 시련에도 열정을 이어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아웃라이어에서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은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비로소 실현이 되니까요. 저도 20년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일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고 경험을 통해 확신합니다.
자, 우리는 이제 나 자신에게, 그리고 후배 세대에게, 금쪽같은 자식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남들이 무엇을 선택하는지 무작정 따르지 말 것, 미래를 섣불리 예측하지 말 것, 무엇보다 나 자신의 강점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대화할 것! 나의 꿈은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그러한 좋은 습관을 들여야 나와 소통하고 타인도 이해하고, 자신이 좀 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니모와 도리(brighte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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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정보학과를 그 당시 선택한 사람들도 자신의 꿈을 따라 꿈을 꾸었겠죠. 시대가 그렇게 흘러가는 판도라해서 모두 인기학과이니 지원을 했다라고 폄하하다니요. 그리고 아직 현직에 일하는 선.후배 동기가 없을거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요? 그 중 누군가는 유튜버가 되었을 수도 또 누군가는 국장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한 분야의 업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축복일 수도 있지만, 설령 그렇지 않은들 누가 더 잘 살았다고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