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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할러 | 윌북 | 2019년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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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언어
디자인과 감성이 중요한 시대에, 컬러는 우리 생활 전반의 모든 요소에 개입하며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원래부터 색채라는 것에 민감하기도 했고, 삶의 여러 부분에 컬러를 배치하고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외국에 나간 지가 2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여행을 가면 여행지의 이국적인 풍경에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다채로운 색채, 혹은 그 조합이 가져다주는 시각적인 자극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현대인들은, (특히 중국에서 일을 해보니 한국인들이 더 유독 이런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 디자이너나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색채를 선택하고 배합하며 자신만의 팔레트나 결과물을 창조해 나가는 일이 많아지고 일상화되었다. 이미 많은 한국 여성들은 “여쿨”, “겨쿨”, “봄웜” 등 컬러의 넓은 스펙트럼을 구성하고 조합하는 능력이 있을 만큼 생활 속에서 컬러를 활용하는 준전문가라고 생각한다. 나도 일상 속에서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색감으로 보정을 하고, 메이크업을 하고, 네일아트 도안을 고르고, 요리 후 색감을 맞추어 플레이팅을 하고, 회사에서 PPT를 제작할 때도 컬러의 조합을 고려한다. 그만큼 우리들은 색채를 보는 눈이 까다로워졌으며, 그에 따라서 취향에 알맞은 풍부한 색감으로 우리 삶을 채우고 싶어 한다.
캐런 할러는 <컬러의 힘>이라는 책에서 색채학의 역사적, 심리적 관점을 소개하며 통해 우리가 컬러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내 삶 속에서 컬러와 함께 살아가며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해준다. 사회에서 색채를 바라보고 사용하는 관점도 시대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여성을 상징하는 핑크와 남성을 상징하는 블루가 그렇다. 재미있게도 두 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 계열들이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오히려 파랑은 굉장히 섬세한 색이므로 여자아이들에게 어울리고, 분홍은 과감한 색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남자아이에게는 파랑을, 여자아이에게는 분홍을 입히는 마케팅 캠페인이 진행된 적이 있었고, 그 영향으로 색에 젠더성이 입혀졌다는 추측이 있기도 하다.
특히 나는 최근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이사 오며 느꼈던 감정들이 있는데, 도시 전체를 지배하는 컬러와도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감각이 받아들였던 상하이라는 도시는 카스텔라와 같은 노란색, 하늘색, 파릇파릇한 연두색이지만, 베이징이라는 도시는 어두운 버건디, 회색, 빛바랜 회갈색이다. 베이징의 도시 경관은 이러한 색 조합과 함께 굉장히 직선적이고 규모가 큰 건물들과 맞물려, 지배적이고 권력적인 기운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두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성향도 많이 다르고, 베이징이 상하이에 비해 촌스럽고 낡고 답답해 보이는 이유도 컬러의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베이징의 경관이 촌스럽고 답답하다는 것도 제 주관적인 느낌일 수 있다.
책을 쭉 읽으며 나는 “버건디”라는 특정 색에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들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버건디 색상의 메이크업 제품과 옷을 스타일링 했을 때 내 피부가 칙칙해 보이고 나이가 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버건디를 무조건 피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말 대로 내가 색채에 대해 가지고 있던 구체적인 반응을 발견하고, 컬러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또 우리 삶을 구성하는 색채라는 것에 대한 이해와 함께, 그 컬러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컬러를 좋아하시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하나하나 내 삶 속의 컬러와 그 의미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윤정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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