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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 상상출판 | 2019년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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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싸가지 없는 넘, 저건 연기일 수가 없어. 어쩜 저리 리얼하냐?”
그를 본 첫인상이었다. 그는 <응답하라 1998>에서 성보라를 찬 쓰레기 남친으로 3분 나와서, 약 3천 개의 욕을 먹었다고 한다.
‘흠. 송몽규 역에 듣보잡 네가 왜 나와. 그래도 연기는 좀 하네!’
영화 <동주>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첫인상이 강렬하게 비호감이었던 터라, 탐탁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그를 만난 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였다. 천연덕스런 그의 연기를 보며 뾰족한 경계심이 풀렸다. 영화 <변산>, <시동>, <기적>도 찾아봤다. 이제 나는 그를 보기 위해 일부러 그의 작품을 찾아보는 팬이 되었다. 힘을 다 뺀 심드렁한 그의 연기가 좋았다. 이번에는 어떤 표정을 가지고 연기했을지 그 변신도 궁금했다.
동네 서점을 연 책방 주인이기도 했고, 글을 꽤 쓴다는 소문도 들었던 차에, 서점에 갔다가 그의 산문집을 보게 되었다.
작가 소개
작가는 아니다. 글씨만 쓸 줄 아는 그저 평범한 당신의 옆집 남자. 가끔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
오기도 한다.
작가의 말
그럴듯한 문장과 서사는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그래도 읽어보시겠다면,
그저,
무심결에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시크한 작가 소개도 끌렸지만,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이 책을 바로 당장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공이 느껴진다. 무심결에 들어보라고 했지만, 작정하고 집중해서 들어볼 생각이었다. 평소 산문집에는 눈길이 잘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은 박정민 후광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86년생이라는 그의 문장은 달랐다. 많이 달랐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시니컬한 문장부터 어느 순간에는 낄낄거리고 웃게 만드는 탱글탱글한 재치 가득 유머까지. 그러다 훅 진지해지기도 한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몇 문장에 가슴이 찌르르르해지기도 한다.
당신의 인생도 당신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영화 같은 인생일 것이다.
영화 같은 인생을 사시느라 수고가 많다.
그래도 우리 모두 절망치 말고 고구마를 심은 곳에 민들레가 나도 껄껄 웃으면서 살아가자.
어차피 끝내는
전부 다 잘 될 테니 말이다. (p. 52)
압구정동에 서 있으면 청담동 아주머니가 고급 외제차 키를 건네며 발레파킹을 부탁하기 일쑤라는 인간 박정민, 얻어맞고 다니던 소년기를 보내고 딱 12년 후 한 영화에서 누군가를 쥐어 패기도 한다는 배우 박정민. 에세이집에는 너무나 인간적이라 찌질해 보이기도 하는 박정민만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내겐 특별히 한국에서 돌아와 격리하는 동안 즐거운 위로가 되어 준 책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라도,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그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김경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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