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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97] 전국축제자랑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2023-06-19, 07:55:40] 상하이저널
김혼비, 박태하 | 민음사 | 2021년 2월
김혼비, 박태하 | 민음사 | 2021년 2월

이 책은 작가 부부가 전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12개의 지방 축제를 직접 탐방하고 써낸 여행기이자 에세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지역 축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으로 그 한계와 기획의 아쉬움을 지적하는 시선이 아닌, 오히려 이들 지역 축제를 관통하는 ‘K-스러움’의 근원을 찾겠다는 꽤 참신하고 당찬 포부로 시작된 기획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정의한 K-스러움이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호기심 가득 안은 채 읽어본다.

한창 핫한 작가임을 증명하듯 호흡이 짧지 않은 문장들이 술술 읽히면서도 피식피식 웃게 만든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훌쩍 읽어 내려가기만 해도 내가 사는 이 땅의 수많은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남 예산군에서는 매년 의좋은 형제 축제가 열린다(심지어 우리가 아는 그 구전동화 속의 의좋은 형제가 실존 인물이었다고 한다). 강릉 사람들에게 단오제는 서울에서 일을 하던 직원도 이 명절을 쇠기 위해 고향을 내려가야 할 정도로 제법 큰 명절이란다. 이 축제에서 2000원을 내면 창포물에 머리를 감겨주는 이벤트를 한다,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젓가락 페스티벌의 기원은 무려 ‘한중일 지역 내 상호 이해와 연대감 형성을 촉진하고 역내 문화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동북아 3국의 문화부 장관의 의지로 촉발되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감히 다른 어떤 날짜도 도전장을 내밀 수 없는” 11월 11을 젓가락 축제의 날로 지정해 놓고 서는 별안간 축제일을 9월 11일로 변경하더니(9는 숟가락임을 내세워 한국만이 가진 수저 한 벌 문화의 차별적 위상을 치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 이듬해는 난데없이 축제일을 9월 21일로 바꾸어 버린 불가해한 실태가 있다는 것 등 무수히 많다.

그런데 이런 모든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사실들이 묘하게 이 복잡하고 어두운 현실 속을 사는 나에게 어떤 위안을 주는 듯했다. 작가와 통한 것일까. 작가도 이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아래와 같이 본문에서 표현했다.

정말이지 이런 걸 만나는 순간이 너무 좋다. 
어딘가에 ‘한국 감연구회’라는 단체가 있고, 한쪽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선발대회’가 열리고 거기에 입상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다. 
감 박피기를 개발하는 사람이 있고, 얼레 가방을 고민하는 이들이 있고, 전국을 다니며 연싸움을 하는 이들이 있고, 한때 만든 대금을 끼고 다니며 군밤 옆에 펼쳐 놓는 이가 있다. 
(중략)
우리가 아는 세계, 아니 상상할 수 있는 세계의 바깥에서 생각보다 수많은 취향과 노력이 질서를 이루어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
-본문 <작지만 맞춤한 것들을 만나기 위해> 중-

그래, 바로 이거였다.
이런 지역 축제를 지키기 위해 그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노력해왔고 또 어떤 그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는 등의 그런 뻔하고 신파적인 결말 대신, 이 책이 주는 위안은 세상의 천태만상과 그 안의 우리네 삶이 얼마나 각박한지와는 하등 무관할지라도 저렇게 나의 바깥에서 누군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에 진심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노력들과 의미들이 모인 세계가 버젓이 존재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나름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아내고 있지만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과 당장 내일 마주할 스트레스에 밤잠도 설치는 요즘이다. 더위가 좀 식으면 주말에 꼭 시간을 내어 직접 한 곳을 방문해 볼 계획이다. 기획은 엉성하고 현장은 어수선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모두가 같은 목표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도시 생활의 문법에서 벗어나 나와는 조금 다른 것에 진심과 열정을 쏟는 삶을 느껴보고 싶다. 무명 트로트 가수의 무대를 즐기고 게임 상품으로 지역 특산품을 타는 소소한 기쁨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단오제에 간다면 꼭 2000원을 주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아볼 것이다.

김태람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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