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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28] 신경 끄기의 기술

[2024-02-10, 04:27:27] 상하이저널
마크 맨슨 저/한재호 역 | 갤리온 | 2017년 10월 27일 |
마크 맨슨 저/한재호 역 | 갤리온 | 2017년 10월 27일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원제 :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

수많은 자기계발서중 하나겠거니 했는데, 제목만큼이나 당돌한 문체의 신랄한 조언은 독자로 하여금 ‘잔말말고 당장 할 일이나 제대로 찾아서 하셔!’라고 일침을 가한다.
 
저자 마크 맨슨은 실패에 주저앉지 않는 긍정적 사고로 똘똘뭉친 노력파이거나 자수성가형 인간도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이 책을 쓰는 시점에서도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열중하며, 덜 고통받는 삶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내게 와닿은 몇몇 문구들로 요약해 볼까 한다.  

1.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 마  

신경을 끈다는 것이 무엇인지 저자는 3가지로 서술했다. - 신경 끄기는 무심함이 아니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고난에 신경 쓰지 않으려면, 그보다 중요한 무언가에 신경을 쓰라. 

어떤 예술가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문제가 없으면 자동으로 문제를 만들어 낼 방법을 찾는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항상 신경 쓸 무언가를 선택한다.사람은 진짜로 가치 있는 것에만 신경 쓰는 법을 배울 때 성숙해진다.   p.31-p.34
 
저자의 말대로 난 오늘하루 하지 않아도 될 신경싸움을 하고 있었다. 뉴스에 정치가 경제가 국제정세가 이러쿵저러쿵 거기에 흥분하고,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 무단 횡단자나 과속하는 운전자에게 화가 나고, 시간이 늦어지는 아이들의 숙제에 화가 나고….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화내기 연습이나 하듯 하나하나 화를 만들어 가는 자신을 보며 내가 지금 당장 신경 써서 나아질 것이 하나라도 있는 걸까 반문해 본다. 그러고 나니 정작 신경 써야 할 나머지는 이미 고갈된 에너지에 묻혀 버린 것이다. 이제는 진정 성숙해져야 할 때이다.   

2.명심하라. 외부환경이 어떠하건 간에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내 책임이다. 

우리는 항상 ‘경험’을 책임지며 살아간다.그것이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것은 삶의 일부다. p.119 

환경, 나이, 부모, 학력 뭐든 핑곗거리 등 현재의 나를 정당화할 것들은 널려 있다. 헌데 이들은 내 자신의 일부이기도하고 나에게 일어난 일이기에 모두 내가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 요소인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어떻게 하면 오늘보다 내일이 덜 힘들지를 연구하는 편이 빠른 길이라면 내 부정적 생각은 모두 상자에 넣어 꼭꼭 파묻어둬야겠다.  

3.성장은 끝없는 반복 과정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틀린’ 것에서 ‘옳은’것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틀린 것에서 약간 덜 틀린 것으로 나아간다.  매일 매일 덜 틀린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p.140 

나를 맹신하지 말아야 틀린것도 받아들이고, 내일은 오늘과 다른 삶을 기대하고 노력할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다. 나에게 오늘은 어제와 다른 무엇이 있는지 성찰해 보면 어제의 부끄러움도 덜 부끄러운 오늘을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4.실패를 받아들이는 법 

‘뭐라도 해’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해라. 그러면 답을 얻게 될 테니.” 
자극->동기->행동 
자극->동기->행동->자극->무한반복 
p183-184 

늘 계획을 세우고 미루고 다시 계획을 수정하고, 결국은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를 대기에 급급하고…. 이러한 반복을 끊기 위해 행동을 먼저하면 새로운 동기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이는 동력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더이상 미루거나 핑계를 댈 수 없는 간단명료한 해법이 무척 마음에 든다.  

5.하나의 가치를 선택하려면, 나머지 가치들을 거부해야 한다.   

몰입할 때 자유를 얻는 까닭은, 더는 사소하고 하찮은 일에 흔들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p.197-p.213 

한때 버킷리스트가유행했다. 일생 동안이든일정 기간이든 원하는 일을 성취해보겠다는 것인데, 이것들을 해내기 위해 얼마나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지 나에게는 답답함이 더해지는 목표들뿐이었다. 이제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정하고, 이를 위해서 나머지 것들은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할 때이리라. 

6.어떤것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언젠가 죽을 거라면 두려움이나 민망함,수치심 따위에 굴복할 이유가 없다. 이것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p.220 

저자는 실제 케이프타운의 희망봉에서 발끝으로 절벽을 내려다보는 자칫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짜릿한 순간을 자청한다. 어차피 죽을 인생 이런 경험조차도 저자에게는 죽음을 맞이하는 혹은 맞서 나가는 방법인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으로 자문한다.  

‘나는 무엇을 남길것인가’ 

인간의 끝은 죽음이고, 남는 것은 내 삶의 흔적일 테니 내가 무엇을 남기고 떠나갈지 생각해 본다면 지금 내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한 답도 나오지 않을까.  

7.명심하라.실제로 행복한 사람은 절대 거울 앞에 서서 ‘나는 행복하다’고 주문을 걸지 않는다. 

- 참으로 내면 깊은 곳에 숨겨둔 치부를 헤집는 듯한 문장이다.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더 가지려고 하고, 모자람을 감추기 위해 더 많은 존경과 명예를/갈구하고 쟁취하려 했던 걸까!!!  저자는 ‘실망판다’라는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 불편한 진실을 가림막없이 들려주고 싶어한다.  

“한 문제를 해결하면 곧 다른 문제가 잇따르지. 문제없는 삶을 꿈꾸지 마. 그런 건 없어. 그 대신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꾸도록 해." p.47  

저자는 친구의 뜻밖의 죽음으로 제멋대로였던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기 시작한다. 학창시절 마약을 숨긴 죄로 퇴학당하고 여자들을 유혹하며 방탕한 하루살이 인생을 살던 그에게친구의 사고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존재하는 의미 있는 가치를 어떻게 찾아갈지 처음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은 흔히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해 주기보다 어떻게 고통과 함께하며 우리 인생사를 꾸려 나갈지를 고민하게 해주는 책이다. 결국 고통과 아픔, 슬픔, 절망과 같은 것들은 행복에 반하는 감정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삶과 동반하며 덜 고통스럽고 덜 아프길 바라는 긍정적 사고와 함께해야 진정 “행복”이라는 궁극적인 자기만족의 경지로 나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행복은 고통의 순간을 딛고 나아가는 과정이지 고통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고…. 

많은 사례와 함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작가만의 관점에서 서술한 통쾌하고 직선적인 책이라 사이다 같은 시원함도 느낄 수 있었다.감히 책제목에 f????ck 이라는 단어를 넣은 표지로 베스트셀러에 등극할 줄은 저자도 상상 못했을 것이다.

김길순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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