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민 생수’로 불리며 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키던 농부산천(农夫山泉)의 현지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12일 재신망(财新网)에 따르면, 지난 8일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 세븐일레븐 편의점 매장 두 곳이 농부산천 제품을 보이콧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8일 와하하(娃哈哈)그룹 창업주 중칭허우(宗庆后) 회장 사망 이후 농부산천을 둘러싼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과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과거 농부산천 중샨샨(钟睒睒) 회장이 당시 와하하의 대표 제품이었던 생수(정제수)를 공식 비난하며 자사 미네랄워터의 우수성을 강조한 ‘세기의 물 전쟁’이 크게 회자됐다.
중샨샨 회장과 고 중칭허우 회장 간의 갈등이 담긴 ‘과거사’가 재조명되면서 중샨샨 회장의 조문 방식도 논란이 됐다. 중샨샨 회장은 중칭허우 추모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중칭허우 동지를 무거운 마음으로 추모한다’는 단 9글자의 화환만을 보내 성의가 없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이어 과거 중샨샨 회장이 중칭허우 밑에서 대리상으로 일한 당시 ‘대량 구매(冲货)’ 의혹으로 대리점 자격이 취소된 사건, 중샨샨의 물병시장 진출 후 공격적 마케팅으로 와하하 포함 69개 생수 제조업체로부터 보이콧을 당한 사건, 중샨샨의 최초 창업 자금이 와하하에서 나온 점 등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계속해서 악화됐다.
급기야 중샨샨 회장이 지난 3일 ‘나와 중 회장과의 두·세가지 사건’이라는 제목의 해명 글을 발표해 두 사람은 이미 화해를 했다고 밝혔지만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중샨샨 장남의 국적, 농부산천 산하 제품 ‘동방수예(东方树叶)’의 친일적 요소 등이 추가 논란이 되면서 농부산천의 브랜드 이미지, 매출, 그룹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마상잉(马上赢)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일 농부산천 포장수 품목의 전국 온라인 매출은 여론이 악화되기 이전인 2월 20일보다 약 31.7% 급감했고 영향이 적은 차 품목은 2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와하하의 팔보죽, AD칼슘우유, 생수 등 제품 판매량은 급증했다. 7일 와하하 AD칼슘 우유 450ml의 전국 매출액은 지난 2월 20일 대비 164.1% 급증했고 생수 596ml는 100.6% 증가했다.
더우인(抖音) 전자상거래 데이터 플랫폼 찬마마(蝉妈妈)에 따르면, 농부산천의 더우인 공식 플래그십 매출액은 지난 2월 25일 10~25만 위안에서 3월 1일 5000~7500위안까지 급감했고 여론이 본격 악화된 이달 1일 이후 해당 플랫폼의 라이브 방송은 열흘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농부산천의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달 들어 농부산천 주가는 누적 5.4% 하락해 시가 270억 홍콩달러(4조 5200억원)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