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Sago) 펄’이 쏘아 올린 밀크티의 부활
한국을 휩쓸었던 탕후루(糖葫芦)의 인기가 시들어갈 무렵, 이 틈을 타 과거 ‘공차(贡茶)’의 한국 진출로 한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밀크티(奶茶, 나이차)’가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공차’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에도 다양한 밀크티 프랜차이즈 업체가 한국 시장을 두드렸지만, 공차만큼의 파급력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결국 공차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면서 밀크티에 대한 관심도 점차 줄어 들어갔다.
그러던 중 SNS에서 시작된 ‘사고(Sago)’ 열풍과 차백도(茶百道, 차바이다오), 헤이티(喜茶, 시차) 등 중국 대형 밀크티 프랜차이즈의 잇단 한국 진출이 들어맞으면서 밀크티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에 밀크티를 알린 장본인 격인 ‘공차’는 2012년 처음 들어왔다. 그 당시 쫀득한 식감의 타피오카 펄이 들어간 밀크티, 즉 ‘버블티’는 이전까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디저트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후 공차는 안정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전국에 많은 체인점을 냈다. 2022년 4월 19일 기준으로 한국에만 800개의 매장이 있었으며 현재는 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밀크티 브랜드인 코코(都可, coco)는 ‘코코버블티’라는 이름으로 2014년에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는 중국 관광객이 많은 명동, 홍대, 건대 등을 중심으로 9개의 코코버블티가 영업 중이다. 중국에서 가성비 밀크티 브랜드로 자리 잡은 미쉐빙청(蜜雪冰城)은 미쉐(mixue)라는 브랜드명으로 2022년 중앙대 근처에 1호점을 연 이후 현재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사진=차백도(茶百道) 한국 1호점(上)/헤이티(喜茶)의 한국 1호점(下)(출처: 각 브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올해는 ‘차백도’와 ‘헤이티’ 역시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성비를 내세우는 미쉐와 달리, 차백도는 강남에 1호점을 내어 프리미엄 이미지로 차별화하고 있다. 이후에는 갤러리아와 같은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고급 이미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시차’는 영문 브랜드명인 헤이티(HEYTEA)를 한국에서 그대로 사용하며, 지난달 압구정에서 1호점 영업을 시작했다.
[사진=차백도의 주력 메뉴 망고 포멜로 사고(杨枝甘露)(출처: 차백도 인스타그램)]
차백도, 헤이티가 크게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고 펄(Sago pearl)’이다. 이들 브랜드는 한국진출과 동시에 사고 펄이 들어간 음료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사고 펄’의 원재료인 사고는 사고야자 등의 야자나무 줄기에서 추출한 녹말이다. 사고를 둥근 모양으로 가공한 형태가 사고 펄이다. 원래는 보통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생산 및 소비되지만, 최근 SNS에서 ‘사고 펄’을 이용해 화채를 만드는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된 이후로 한국에서의 소비량이 급증했다.
[사진=SNS에서 화제가 된 망고 사고(출처: 틱톡)]
그래서 특히나 차백도와 헤이티의 사고 펄 음료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에서 유명한 밀크티프랜차이즈 업체가 한국에 진출해서 ‘사고 펄’이 들어간 음료수를 판매한다는 것은, 화제성에 화제성을 더하는 아이템인 것이다. 심지어 기존에 타피오카 펄과 밀크티의 조합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인들은 사고 펄의 식감뿐만 아니라 사고 펄과 밀크티의 조합에도 거부감 없는 편이다. 공차에서도 사고 펄의 인기를 의식해 최근 사고 펄이 들어간 음료수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밀크티 체인점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사고 펄’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하락세를 타고 있는 탕후루의 자리를 밀크티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기자 박은비(난징대 국제경제무역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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