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는 이제 학년을 마무리하느라 분주하다.아이들도 지금의 학년을 마무리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다음 학년을 준비하는 모습에 바빠보이기도 하고, 엄마들도 학년을 마무리하는 여러 행사준비를 돕느라 분주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매년 학년말이 되면 1년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수고해주신 선생님들과 학교에서 일하시는 모든 스텝들을 위해 엄마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Staff Appreciation Luncheon>이라는 시간을 갖는다.어떤 분들은 기부금으로,어떤 분들은 손수 음식을 준비하기도, 어떤 분들은 행사 당일에 선생님들께 음식을 서빙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선생님들이 수업하고 계시는 오전시간에 미리 음식을 준비하고 최대한 따뜻하고 신선하게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분주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선생님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내려오셔서 음식을 드시기 시작하신다.일년동안 수고하신 것에 대한 작은 성의이지만 선생님들께서 오히려 “Thank you very much!”, “ I love it!” “I have waited for this food for a year!” 등등의 감탄사와 감사표현을 해주시며 봉사하는 엄마들에게 힘을 주신다.중앙에는 학생들이 미리 선생님들께 쓴 감사메세지로 가득찬 포토존이 마련되어있다.유치원아이들은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고,선생님들의 이름을 적고,제법 긴 글로 감사인사를 남긴 인상적인 글도 보인다.벽 앞에 서서 펜을 들고 선생님들을 떠올리며 메시지를 남기고 그림을 그렸을 학생들을 상상해보았다.처음에는 텅텅 비어있을 깨끗한 벽이었을텐데 빈공간 하나 없이 감사의 메시지로 가득한 벽을 보니 괜히 뭉클하다.
얼마전 한국은 스승의 날이었다.여러가지 이슈로 인해 선생님들의 교권이 떨어지고 힘들어하는 선생님들 소식이 종종 들린다.처음 교단에 섰을때는 떨리면서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이 앞날을 준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가 작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생겼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쉽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받는 감사하다는 메모 하나에 힘이 났고 다시 웃게 되곤 했다.하지만 잠시 교단에서 멀어져있는 지금, 교사와 학부모,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신뢰가 깨지고 있는 사건들을 들을 때 마다 안타깝다.분필로 칠판 가득 메시지를 써서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던 스승의 날의 모습은 사라지고 재량휴일로 지정한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씁쓸한 일이다.
학년을 마치기 전 학생들은 선생님들께 감사의 메시지로 벽을 가득채우고,엄마들은 각국의 음식으로 선생님들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는 시간은 나에게 의미가 깊었다.이미 학년이 끝나가기에 우리 아이들을 잘 봐달라는 부탁도 아니다. 1년간 수고하셨고 애쓰셨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전부인 자리였다.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들께서 맛있게 음식을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얼마전 한국 스승의 날에 이런 저런 씁쓸함을 전달해온 동료들의 메시지가 떠오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따뜻한 학년 마무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잎새달스물이레(abigail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