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루이싱(瑞幸) 커피가 수천억 대 규모의 거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루이싱 커피의 나스닥 주가는 순식간에 80% 폭락하며 곤두박질 쳤고 이로 인해 20분간 세 차례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2일 루이싱 커피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류젠(刘剑) 루이싱 커피 최고운영책임자와 하속 직원이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22억 위안(3808억원)에 달하는 거래액을 부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루이싱 커피의 자본 및 지출 비용 모두 허위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소식이 전해지자 2일 루이싱 커피의 주가는 75.6% 폭락하며 하루 만에 16억 달러(1조 9670억원)이 증발했다.
이에 앞서 루이싱 커피는 이미 데이터 조작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월 31일 공매도 전문 세력 머디 워터스 리터치(MuddyWaters Research)는 익명의 보고서를 통해 루이싱 커피가 지난해 3분기 한 매장당 평균 69%, 지난 4분기에는 88%를 조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루이싱 커피의 매장 매출, 상품 판매가, 광고 비용, 기타 제품의 순수익 등을 모두 조작해 지난 3분기에만 매장 영업 이익을 3억 9700만 위안(687억원)을 부풀렸다고 밝혔다.
당시 보고서가 발표되자 루이싱 커피의 주가는 한때 27%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루이싱 커피는 이에 대해 해당 보고서가 아무 근거가 없다고 강력히 부정했다. 이어 또 다른 공매도 기업인 시트론 리서치(Citron Research)의 방어로 낙폭이 점차 줄어들면서 2월 10일 공매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달 전 발표된 익명의 공매도 보고서가 루이싱 커피가 ‘자폭’하게 된 도화선이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보고서 발표 이후 미국 일부 법률 사무소에서 루이싱을 상대로 단체 소송을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루이싱 커피는 지난 2월 말부터 발표되었어야 할 2019년도 4분기, 전년도 재무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난 2일 업계 유명 조사 감사관 FTI와 세계적인 로펌 소속 Kirkland & Ellis를 특별 위원회 이사로 합류시켜 이번 위기를 대비했다.
결국 익명의 보고서가 발표된 지 2개월 만에 루이싱 커피는 스스로 조작을 인정했다. 현재 미국 법률에 따르면, 조작된 재무 보고서 제공 및 고의로 증권 사기 범죄를 저지르면 10~25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으며 개인 및 회사의 벌금은 500만 달러~2500만 달러(60억~307억원)에 달한다.
루이싱 커피는 지난 2018년 1월 1일 시운영을 시작한 뒤 1년여 만인 2019년 5월 미국 나스닥에 정식 상장했다. 당시 루이싱 커피는 중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 당해 연도 나스닥 IPO 규모가 가장 큰 아시아 기업으로 꼽히면서 승승장구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운영 방식, 자금 조달로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루이싱 커피의 안정적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업계 인사들은 이번 루이싱 커피의 재무 조작 사건이 미국와 중국 모두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특히 모든 중국개념주(中概股)의 명예가 실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왕신루이(王新锐) 안리(安理) 법률사무소 고위급 파트너는 “루이싱의 상장은 줄곧 기적 같은 일로 여겨져 왔다”며 “이 같은 스타 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다가 추락한 이번 사건이 중국개념주에 미칠 영향은 매우 거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향후 중국 회사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모든 과정과 국내 융자, 주가 가치 조정, 위험 투자 자금의 퇴출 등 모든 방면에서 몇 년간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