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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 해냄 | 2019년 12월 (원제: Blindness 199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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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계는 신종 코로나 19의 여파에 진땀을 빼고 있다. 이러한 전염병은 예전부터 작품에 극적인 상황을 연출 하기 위해 자주 책이나 영화의 소재로 쓰이곤 한다. 그럼 과연 실제 전염 상황과 책 속의 전염 상황은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전염병을 다룬 명작, <눈먼 자들의 도시>를 파헤쳐보자.
세상 사람들이 모두 눈이 먼다면
포르투갈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1998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염병을 다룬 유명 소설이다. 이는 2008년,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로도 상영되어 좋은 평을 얻었다. 주제 사라마구의 다른 작품들은 <눈뜬 자들의 도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 <카인> 등이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어느 날 도심 속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눈이 머는 전염병이 발생하는 이야기이다. 차를 몰며 집으로 향하던 한 남자가 원인 모를 병으로 눈을 멀게 되며 그를 시작으로 점차 전염병이 퍼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 중 오직 한 여자만 눈이 멀지 않았고, 그녀를 중심으로 정신 병원에서 격리를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백색 질병과 코로나 19는
<유사점>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특이한 ‘눈이 머는 전염병’은 ‘백색 질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눈이 먼 사람들과는 다르게 앞이 까만색이 아니라 환한 백색으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도 괜히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바이러스의 입자 표면이 튀어나온 모양새가 왕관을 닮았다고 해 왕관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rona에서 파생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전염병에 대해서 논하자면 전파력이 빠질 수 없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의 백색 질병의 전염성은 어마어마했다. 이 이상한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감염 경로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진 않았지만 감염된 사람은 점점 늘어갔다. 초반에는 격리 병동에 감염자가 조금씩 들어오다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선 동을 다 채울 만한 사람들이 몰려 왔다.
또한, 멀리서 거리를 두고 감염자들을 감시하던 군인들도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자 인기척도 없이 모두 사라졌으며, 밖으로 나가자 사방이 감염자들과 시체들이었다. 이런 백색 질병처럼 코로나도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갔다. 후베이성 우한(湖北省 武汉)에서 시작해 중국 곳곳으로 퍼지고, 게다가 해외에도 유입이 되어 한국, 일본, 미국, 이탈리아 등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또한, 면역체계를 뚫고 들어오는 코로나 특성 상 그에 따른 사망자도 정말 많았다.
혹독한 환경에서 인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재화는 식량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감염자들은 항상 지독한 굶주림에 시달렸다. 열악한 환경에서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배급되는 식량이 부족했고,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우선 순위는 항상 배를 채우는 일이었고, 배급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항상 싸웠다. 식량이 없으면 더 이상 살아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식량이 절대적인 권위이자 재산으로 취급됐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다를 것이 없다. 마스크가 귀해져 모두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무진장 애쓰고,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올랐다. 심지어는 생필품을 마련하기 위한 사람들이 마트 사재기를 하는 등 위기 상황과 심리적 불안감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한 마디로 절박한 상황에서 마스크와 생필품의 가치가 아예 달라져버린 것이다.
<차이점>
백색 질병이라는 전염병이 돌고 사람들이 셀 수 없이 죽어나갔다. 하지만 그 죽음은 전염병의 증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손을 쓸 수도 없이 열악해져가는 상황에서 식량을 둔 경쟁, 부적응, 영양 결핍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사망자가 어마어마하게 나온 것이었다. 백색 질병은 눈이 머는 증상 밖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염병처럼 병의 증상으로 죽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의 면역 체계를 뚫고 들어간 후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 증상이 나타나 사람들을 사망에 다다르게 한다. 따라서 두 질병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또한, 소설 속에선 백색 질병의 원인도, 감염 경로 그리고 치료법도 몰랐지만, 현재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부분의 성질을 다 파악했고 그에 따른 진료 키트까지 나온 상태이다.
책 속의 백색 질병이 도는 상황과 코로나가 유행인 현실의 상황의 분위기 또한 다르다. 책 속의 백색 질병은 목숨을 위협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병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배경은 종말을 연상케 한다. 정부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서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시체들과 제대로 된 의식주를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이 피폐하다.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의지할 것도, 어떠한 희망도 없다. 갑작스럽게 잃어버린 시력에 제대로 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모두가 절망으로 무너진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은 거리를 떠나 거리는 우울하고 확진자도, 사망자도 많이 나왔지만 현재 우리는 종말 속에 있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소설 속에선 정부가 무너지고 누구 하나 상황을 통제할 사람이 없는, 그야말로 희망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전과 같지 않고 답답한 상황이더라도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인간적인 권리를 존중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
이 책에서 정부는 감염자가 점점 늘자 운영하지 않는 정신병원에 감염자들과 보균자들을 격리시켰다. 하지만 정신병원의 주변에 군인들을 세워놓고 감시하게 하며 심한 경우는 감염자들을 대상으로 총기를 사용했다. 항상 턱없이 적은 식량을 배급하고 다른 시스템은 일제히 공급해주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다가오지 말라 협박만 하며 그들을 방치했다. 국민의 권리, 사람답게 살 권리를 철저하게 무시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정부의 행동에 희생자들이 엄청나게 발생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위기 상황에서의 국가의 행동이 사람들의 피해를 좌우할 수도 있는 것을 보여줬다. 전염병이 확산 된 상황에서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국민들을 안정시키고 치료와 방역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역할이 크고 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책에서는 눈이 머는 전염병을 걸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한다. 눈이 잘 보일 때에는 몰랐던 것들의 소중함과 가치들을 눈을 잃고 나서 깨닫게 된다. 눈이 보일 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 생활, 가족과 주변 친구들. 또한, 우리의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보고 살아 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건넨다.
코로나 19사태도 우리에게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당연했던 외출이 이제는 경계를 해야 되는 상황으로 변했다. 학교, 회사 그리고 많은 시설들이 문을 닫았고 갑갑한 마스크와 소독이 필수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코로나 사태가 가급적이면 빨리 진정되기를 바라며 그 전의 우리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리워하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학생기자 정윤서(상해한국학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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