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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날들

[2020-04-15, 11:05:41] 상하이저널

처음 우한에서 폐렴 소식이 들려 왔을 때 사스 때가 생각이 났다. 하지만 지금 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매일을 살고 있다. 2월 첫째 주 대학 신입생인 둘째를 격리 기간까지 고려 해 일찍 한국으로 보낼 때만 해도 집 안에서 이렇게 2월 한 달만 견디면 3월엔 봄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고통스러운 우한을 위해 기도하던 마음이 2월 중순을 넘어서며 대한민국을 위해 간절하고 안타까운 기도로 바뀌었다. 

대한민국이 최선을 다해 코로나19를 검사하고 환자를 치료하고 격리하던 때 한국 사람의 입국을 막고 보고만 있던 전 세계가 팬더믹에 빠지고 코로나19로 이렇게 되기까지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두렵다. 매일이 내가 태어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날들이다.

그러함에도 따뜻한 봄이 왔다. 엄격한 통제 아래 비록 대한민국으로 가는 하늘길은 막혔지만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암울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출구가 어디에 있는지 언제쯤일지 아무도 모르지만 전 세계가 이제 한 나라가 되듯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드는 날들이다. 코로나19에 선진국, 후진국이 무색하고 국가 체제가 무색하다. 그 경계도 모호하다.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싸우는 적이 되었다.

지금까지 이 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사람이 많이 모이고 가까이 있을 때 잘 전파된다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운 전염력을 나타내며 우리의 예상보다 숙주 밖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다는 것, 고열, 마른기침이 오래 가는 독특한 감기 증상을 나타낸다는 것, 갑자기 악화된다는 것, 무증상 감염도 많다는 것 등등. 

그래서 세상이 바뀌어 버렸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화상으로 수업을 하고, 외출 때는 나와 상대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사람이 많은 곳은 가지 않고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 하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모두가 살아가고 있다. 2월 초만 해도 한국에서 마스크를 도움 받았는데 이제는 중국에 있는 내가 전 세계 곳곳의 지인들에게 마스크와 일회용장갑, 손세정제를 보내고 있다.  

화상으로 수업한지 두 달 남짓 되어가는 막내는 파란색 모니터 화면(Zoom 배경이 파란색)만 보면 울렁거린다 한다. 교복을 만지작거리며 학교에 가고 싶다 노래를 부른다. 밖에서 밥을 안 먹은 지 두 달이 넘었다. 지인들과 함께 집에서 식사를 하고 교류를 하고 다과를 한 기억도 오래 되었다. 이러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 사치일 정도로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듣고 나도 경험한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섭다 표현한다. 

2-3천만이 모여 사는 메가시티들, 비행기로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편리함과 자유 속에 바이러스가 옮겨지며 경제 공동체인 세계 경제 속에 인류 스스로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보게 된다. 반세기를 살아 온 나의 인생에서도 낯선 날들이다. 

대학 새내기인 둘째는 두 달째 화상으로 수업하며 대학 교문을 들어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 아이가 오프라인 개강만큼이나 기다리는 것이 방학이 되어 상하이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마라탕이 너무 그리울 때면 한국의 마라탕도 뒤져 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가격 때문에 먹지 않는단다. 두 달이 몇 년 같이 여겨진다. 그리고 낯선 날들이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뜨거운 여름 하늘길이 열리고 둘째와 코코의 밀크티를 상하이에서 먹을 수 있었으면….

Renny(denren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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