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La Peste>
“전염병이 퍼진다.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모든 사람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격리 조치를 명령받는다. 자기가 영웅인 척 행동하는 사람들과 인간성을 잃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공존한다. 자신만 생각하며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신의 생존을 넘어선 원대한 선을 행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매우 불안정하고 또한 매우 불합리하다.”
소설 <페스트>가 묘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베르 카뮈가 1947년 출판한 고전 소설이다. 현재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알베르 카뮈는 자신의 쌍둥이 자식들에게 장난스럽게 ‘전염병(Plague)’과 ‘콜레라(Cholera)’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그 중 딸 캐서린은 영국의 유명 언론사 ‘더 가디언’에 “소설 <페스트>가 전하는 메시지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현재에도 진실되게 전달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책 속에 “이 세상에는 전쟁만큼이나 많은 페스트가 있어 왔다”라는 문장이 있다. 바로 다음 이어진 구절인 “그러면서도 페스트나 전쟁이나 마찬가지로 그것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언제나 속수무책이었다"라는 현대 독자들에게는 조금 구식 얘기라고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전염병 위험은 줄고 전쟁 위험이 높아진 현재에도, 최근 사태를 보면 여전히 우리의 현재 상황과 부합되고 있다. 이는 1947년 소설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말을 걸고 있는 여러 장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소설 <페스트>는 알제리 출신의 주인공이자 의사인 ‘베르나르 리외’가 자신의 문 앞 계단에서 죽은 쥐를 찾아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는 갑작스럽게 어딜 가든지 죽은 쥐, 혹은 살아있는 쥐를 보게 된다. 그 지역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인해 하나둘씩 서서히 죽어 나가게 되는 도중에, 무능력한 정부에선 그저 모두에게 집에 가만히 있을 것을 명령한다.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을 라디오에 나와 얘기하는 전문의와 그와 대비되는 악화되기만 하는 상황. 전염병은 점점 더 그 지역을 잠식한다.
운 좋게도 현재 우리가 싸우고 있는 바이러스는 책 속의 <페스트>만큼 치명적이지 않다. 1947년 출간된 이 책이 요즘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그저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씩 죽어간다는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묘사에 있다. 카뮈는 전염병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지역이 완전히 폐쇄되었을 때 사람들의 감정을 “저마다 하늘 아래 감금당한 죄수가 된 느낌”으로 표현한다. 또 주인공은 “절망에 습관이 들어 버린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인간의 무기력함에 대해 언급한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다 보면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개개인의 행동들이 한데 모여 지금 현재를 구성하고 미래를 건설해 나간다. 물론 현재 상황은 개인, 지역, 혹은 국가의 책임이라 할 수 없지만, 현재의 상황을 타파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각자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확실한 미래와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주인공의 대사,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습니다”가 시사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학생기자 유영준(상해중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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