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 택배 보관함 펑차오(丰巢)의 유료화 전환에 소비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상하이 108개 아파트 단지에서는 펑차오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 같은 움직임은 쑤저우, 광저우, 충칭 등 타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북경일보(北京日报)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다수 아파트 단지에서 펑차오 택배 보관함 사용을 중단하고 자체 택배 보관함을 구입해 설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30일 펑차오가 유료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펑차오는 비회원 이용자를 대상으로 보관 12시간이 경과한 택배에 대해 12시간당 0.5위안(90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최대 부과 요금은 3위안으로 법정 공휴일은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어 월 5위안(900원), 분기당 12위안(2000원)의 회원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회원의 경우 택배 하나당 최대 7일까지 무료로 보관이 가능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택배량이 가장 많은 지역 장강 삼각주(长三角)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항저우 동신위안(东新园) 단지 입주자 위원회가 방아쇠를 당겼다. 노동절 연휴가 끝난 뒤 이들은 “펑차오 택배 보관함의 유료화 결정이 주민의 이익을 침해하고 당초 계약 사항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사용을 잠정 중단한다고 통지했다.
입주자 위원회는 “펑차오가 무료로 제한한 12시간이라는 시간은 직장인들, 특히 야근을 자주 하는 이들에게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라며 “무료 보관 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상하이 내 50여 주택 단지도 펑차오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여론이 들끓자 펑차오는 지난 9일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유료화 전환에 대한 해명을 내놓았다.
펑차오는 “’12시간 무료 보관 제한’ 서비스는 택배 보관함의 순환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이 정책으로 다수 사용자가 택배를 전보다 더 빨리 찾아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서 순펑(顺丰)도 택배를 2시간 이내 수령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2위안(350원)의 쿠폰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펑차오의 이 같은 해명에도 여론은 쉽게 가라앉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장강 삼각주 지역을 비롯한 베이징, 산동, 간쑤 등 일부 주택 단지에서도 펑차오의 유료화 전환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상하이 내 ‘NO 펑차오(对丰巢说不)’ 운동에 동참한 아파트 단지는 총 108곳에 달한다. 이 밖에도 광저우, 충칭, 쑤저우, 푸저우, 추저우(滁州), 이빈(宜宾), 장먼(江门), 후이저우(惠州), 자오칭(肇庆) 등 도시의 일부 단지에서도 보이콧에 참여했다.
이어 상하이, 산동, 저장, 장쑤성 우정관리국도 수취인의 동의 없이 보관함에 택배를 넣는 행위를 비규범 행위로 규정하고 신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러자 일부 주택 단지에서는 아예 자체 택배 보관함을 구입하고 나섰다.
실제로 알리바바 1688 플랫폼의 최근 한 주간 택배 보관함 거래액은 전주보다 무려 1400%나 폭증했고 구매자는 300% 급증했다. 주택 단지와 입주자 위원회가 택배 보관함 구매자의 주력군이 되고 있는 추세다.
쑤저우시 택배 보관함 판매 업자는 “최근 펑차오 유료화 전환에 대한 논란으로 최근 한주간 보관함 매출이 급증했다”며 “과거 3,4선 도시의 주택 단지가 주 구매자였던 것과 달리 최근 한주간 1,2선 도시의 구매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소(物业) 입장에서 보면 자체 택배 보관함 설치가 광고비 등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며 “이 밖에도 주민 대상 공지, 정보 등을 택배 보관함에 실시간으로 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펑차오가 유료화 전환으로 역풍을 맞자 차이냐오이잔(菜鸟驿站), 마마이잔(妈妈驿站), 쑤닝생활방(苏宁生活帮) 등은 향후 택배 보관 서비스를 계속해서 무료로 운영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올해 1분기 펑차오의 영업 이익은 3억 3400만 위안(577억원)으로 같은 기간 2억 4500만 위안(423억 2400만 위안)의 적자가 발생했다. 펑차오는 지난 2015년 6월 설립된 이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총 20억 위안(3454억 6000만원)의 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