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각지 민정국(民政局) 앞에 혼인신고를 하러 온 커플들이 새벽부터 줄을 지어 대기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20일 홍성신문(红星新闻)는 5월 20일 혼인신고를 하려는 예비 부부가 각지 민정국을 대거 찾은 사연을 소개했다.
혼인신고가 유난히 몰린 5월 20일은 중국에서 ‘고백의 날’로 불린다. 520 숫자를 연달아 말하면 중국어로 ‘사랑한다’는 뜻의 ‘워아이니’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날 특히 예비 부부들이 많았던 건 올해 초부터 본격 확산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 2월 20일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던 이들까지 겹친 탓이다.
올해 2월 2일은 숫자로 연이어 쓰면 ‘20200202’로 둘을 뜻하는 숫자 2가 무려 4개나 겹친 ‘완전 대칭일’이었다. 이는 특히 결혼을 앞둔 커플에게 길일로 여겨져 이날 혼인신고를 하려고 준비하던 이들이 매우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민정부가 2월 2일 혼인신고 접수를 받지 않는다고 발표해 이들의 로맨틱한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코로나19 확산이 어느 정도 진정세에 접어들자 ‘고백 데이’에 혼인신고를 하려 기다린 커플들이 20일 민정국 앞을 가득 메웠다.
실제로 청두(成都)의 한 혼인등기처 앞은 아침 7시부터 10미터 가량의 대기 인원으로 북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 등기처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펑저우(彭州) 등기처는 9시가 되자 50미터가 넘는 긴 줄이 늘어져 예비 부부들로 북새통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앞에서 줄을 선 커플은 “혹시 몰라 새벽 12시 반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나중에 헤어지고 싶을 때 지금의 감정을 상기시키려고 동영상도 촬영했다”고 말했다.
현지 누리꾼들은 “혼인신고를 하는 그 정성으로 평생을 살기를”, “진정한 사랑은 매일 매일이 5월 20일 같은 것”, “오늘 혼인신고한 모든 부부들을 축복한다”, “결혼 기념일과 고백데이가 겹쳤으니 기념일 하나가 줄었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