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껏 별다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촉법소년법’ 개정안 문제는, 대전에서 한 대학생을 죽음까지 내몬 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며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중국 또한 법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소년범죄로 골머리를 썩인 바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사례로는 무엇이 있으며, 중국의 법은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중국의 ‘촉법소년법’
2018년 12월경, 중국 중부 후난(湖南)성의 한 마을에서 12세 소년이 구타를 당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식칼로 20여 번을 찌른 소년은 이 사실을 감추려 옷을 갈아입고 살해 도구를 숨겼으나, 결국 친인척에 의해 범행 사실이 탄로 나 연행됐다.
겨우 12살 아이가 저지른 끔찍한 살인은 중국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이보다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은 아이가 살인 사건 발생 며칠 만에 석방되어 학교로 돌려보내 졌다는 사실이었다. 검찰은 14세 미만이었던 소년을 범죄 혐의로 기소할 수 없었으며, 지역의 교육국 또한 내릴 수 있는 처분이라곤 고작 전학을 보내는 것뿐이었다.
친어머니를 살해한 12살 아이가 연행되는 모습(출처: 바이두)
이 사건이 살인이라는 강력 범죄임에도 처벌받지 못한 이유는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14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촉법소년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4세 이상부터는 형사처분이 가능한 한국과는 달리, 중국의 경우 <중화인민공화국 형법(中华人民共和国刑法)> 제17조의 규정에 의하여 형사처분은 16세부터 가능하다. 14세부터 16세 사이의 중국 청소년들은 오직 고의 살인, 고의 상해로 인한 중상이나 사망, 강간, 강도, 마약 판매, 방화, 폭발, 마약투입죄 등 8가지의 중범죄의 경우에만 기소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14세 이상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감형을 받는 실정이며, 중국의 사형제도 또한 미성년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한중 청소년 범죄, 동일한 현상을 보이다
중국과 한국의 청소년들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2017년 발간된 <미성년 사건 종합 재판 백서(未成年人案件综合审判白皮书)>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전체적인 청소년 범죄의 수는 줄어들었으나 그 양상은 점점 잔혹해지고 있으며, 그 연령대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만 18세 이하의 미성년자 중에서 14세 미만과 14~16세 나이대 미성년자들의 범죄 행위는 다른 연령대보다 확대됐다.
(자료출처: 미성년사건종합재판백서未成年人案件综合审判白皮书)
게다가 약 96%에 달하는 대다수의 미성년자가 저지른 범죄 유형 중 공통적으로 강도죄, 집단 폭행죄, 고의적 상해죄 같은 폭력 범죄가 상위 3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미성년자 범죄가 성인 범죄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렇듯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선 아직까지 만 14세 이하 미성년자의 범죄에 관한 체계적인 통계나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 또한 획일적인 보고 제도가 갖춰지지 않았다.
(출처: pixabay)
‘중국 청소년 범죄연구회(中国青少年犯罪研究会)’의 연구에 따르면, 나이와 범죄 사이에 상당히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초범을 저지른 나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이후에 범죄를 저지를 확률 또한 높아지며, 이들이 어른이 되면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초범 연령이 11세 이하인 경우는 65%, 12세에서 15세 사이는 54%, 16세에서 21세 사이는 46%의 재범률을 보인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재차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8분의 7가량은 미성년자였을 당시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이러한 연관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중국의 상황은 한국과 매우 닮아 있다. 한국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범죄 청소년의 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폭력, 흉악범죄의 비율과 재범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재범률은 34%가량이지만 재범자들 중 3범 이상이 50.8%를 차지하고 있고, 강력범인 강도의 재범률 또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범죄의 잔혹화, 저연령화 현상이 두 나라에서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개정을 거쳐야
법의 불합리함에 관해 토로하는 중국 네티즌들(출처: 웨이보微博)
많은 중국인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법의 불합리함에 대해 토로했다. 몇몇 네티즌들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 형사 책임도 질 수 있는 것 아니냐’,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양아치 보호법으로 바뀌겠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형사책임 연령 14세, 16세, 18세는 긴 과정을 거쳐 수립된 기준이지만,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고 미성년자가 정보를 얻는 방법이나 양 또한 풍부해짐에 따라 청소년들은 더욱더 빠른 정신적 성숙에 이르게 되었다. 이들은 더 이상 법에 무지하지 않으며, 자신이 위법 행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악용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법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개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약 7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에 찬성했다.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한국이 이러했듯 중국 또한 법률적인 변화와 더불어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에 힘쓴다면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학생기자 유수정(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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