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큰 아이는 매달 기본 용돈이 100위안이다. 여기에 동생 학원 데려다 주고 받는 돈, 쓰레기 버리기, 설거지, 청소 등으로 버는 돈을 합하면 매달 400위안 정도의 용돈을 받는 셈이다. 엄마 입장에선 적은 돈이 아니라 생각하는데 얼마 전부터 용돈이 부족하다며 툭하면 인상을 요구한다. 학교도 안 가고 있었는데 돈을 어디다 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게임 아이템 사는데 돈이 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용돈 안에서 해결 가능한 만큼만 사기로 했기 때문에 용돈이 부족할 만큼 돈을 쓰는 건 아니었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아니고, 게임 아이템을 사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디에 쓰길래 부족하다는 건지, 부족하면 더 벌어서 쓰라고만 하고 기본 용돈을 올려주지는 않았다.
아직 초등학생인 둘째는 용돈은 따로 없고, 일 한 만큼만 용돈을 받아 가는데 요즘엔 둘째까지 덩달아 용돈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큰 아이는 게임도 하고 중학생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집에만 있는 둘째까지 돈이 부족하다고 하니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건지 물어보았다. 동영상을 봐야 하는데 VIP 신청을 해야만 계속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무료만 보면 되지 꼭 유료까지 봐야 하냐고 핀잔을 줬다. 그 후로 작은 아이는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나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다 우연히 TV프로그램에서 구독 경제에 대한 내용을 보았다. 미국에선 인터넷 신문도 구독료를 납부해야 볼 수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구독 경제 체제로 바꾸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슈퍼카 포르쉐마저도 구독을 한다니….
너튜브나 틱톡 같은 건 무료로도 충분히 볼 수 있으니 유료는 사치라는 생각이 강했던 게 사실이었다. 생각해 보니 처음 무료로 보기 시작했던 샤오미 TV도 지금은 VIP 가입을 해야만 볼 수 있다. 둘째 아이에게 원하는 동영상을 다 보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물었다. 한 달 권, 분기 권, 반년 권, 1년 권 종류도 다양했고 금액도 천차만별이었다. 그 동안 부족한 용돈으로 매달 한 달 권을 구독하니 돈이 부족할 만도 했다. 더욱이 한 사이트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이트를 두루 다녀야 하니 구독으로 인한 지출은 생각보다 컸다.
시대가 언제 이렇게 변한 거지? 아이들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흘러가고 있는데 난 어디에 머물러 있는 걸까? 2년 동안 바뀔 것들이 코로나로 인해 두 달 만에 바뀌었다고 하니 속도를 따라 잡기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무료 영상만 보라는 무식한 소리는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지만 아이들의 구독 경제가 고스란히 부모의 몫으로 다가오니 안 그래도 버거운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