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동성에서 12세 여아가 대형견을 산책시키다 놓친 줄에 한 노인이 걸려 즉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노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21일 신랑신문(新浪新闻)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5시경 광동성 포산(佛山) 순더(顺德)구에서 한 12세 여아가 대형견 사모예드를 산책시키다 리드줄을 놓치는 일이 발생했다. 대형견은 그대로 길거리를 질주했고 길을 걷던 88세 노인의 발에 리드줄 손잡이 부분이 걸리면서 이 노인의 머리가 바닥에 강하게 부딪혔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했으나 노인은 끝내 숨졌다. 바닥에 부딪힌 머리 부분에 과다한 외부 출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개된 현장 영상 속 여아의 태도다. 이 여아는 뒤늦게 쫓아와 바닥에 쓰러진 노인을 보고도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은 채 태연히 그 옆을 지나쳤다. 그리고는 대형견과 함께 현장을 달아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아는 견주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 견주도 아닌 미성년자가 대형견을 산책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사고 영상은 현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다. 누리꾼들은 “아무리 미성년자라도 노인의 죽음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성년자라 처벌이 어렵다면 부모에게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라”, “무책임한 저 아이의 가정교육에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여아는 19일 펑파이신문(澎湃新闻)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노인이 쓰러진 걸 보고 혼란스러워 개를 주인에게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그래서 개를 데리고 현장을 떠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누리꾼들의 비난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평가하고 싶은 대로 평가하라고 두는 편”이라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현지 누리꾼들은 반성의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은 이 여아에게 심리 상담과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거센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경찰은 이 사건을 ‘의외의 사고’로 1차 결론지었다. 숨진 노인의 가족들은 경찰의 사고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주민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12세 여아와 견주의 가정 형편을 고려해 이들에게 어떠한 법적 책임도 추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