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중국 최고 부호 자리를 거머쥐었던 궈메이(国美) 창시자 황광위(黄光裕, 52세) 회장이 16일 정식 석방됐다. 이날 궈메이 주가는 34% 급등했다.
17일 재신망(财新网)에 따르면, 16일 황광위 회장의 가석방 만기 소식이 전해지자 궈메이유통(00493.HK) 주가는 전일 대비 34% 급등한 2.25홍콩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5년 5월 이후 최고가다.
같은 날 궈메이 계열사인 라진왕위(拉近网娱, 08172.HK)도 덩달아 58% 급등했다. 다만 하루 지난 17일 궈메이유통, 라진왕위는 각각 14%, 13% 하락했다.
황광위 회장은 궈메이전기의 전 이사회 의장으로 과거 중국 본토에서 최고 부호 자리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불법 경영, 이면 거래, 뇌물 수수 등의 죄로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10년을 복역하다 지난해 6월 24일 가석방됐다.
그는 농촌 빈곤층 출신으로 중국에서는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꼽힌다. 17세에 형제들과 함께 100평방미터의 ‘궈메이’ 매장을 개업한 뒤 10여년 만에 전국구 체인점으로 성장시킨 신화적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04년 6월, 궈메이전기를 홍콩 자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륙시킨 뒤 중국 최고 부호로 일약 부상했다.
이어 2006년 용러전기(永乐电器), 다중전기(大中电器) 등 가전 유통 업계를 인수하고 궈메이는 가전 유통 업계의 ‘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황광위 회장은 2008년 이면 거래 혐의로 베이징시 공안국의 감시를 받은 뒤 2009년 체포, 2010년 최종 징역 14년형을 선고 받았다.
황광위 회장이 감옥에 간 뒤 궈메이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019년 궈메이의 영업 수익은 2011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원가 상승으로 2011년 당시 18억 위안의 흑자를 본 반면 2019년에는 29억 7000만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은 더욱 참담했다. 지난해 상반기 궈메이의 영업 이익은 190억 7500만 위안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44.44% 감소했다. 궈메이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기록한 누적 적자만 79억 2700만 위안(1조 36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가전 유통상가 시장 점유율을 보면, 징동(京东)이 28.9%로 선두를 달렸고 쑤닝이거우(苏宁易购), 톈마오(天猫)가 각각 21.8%, 14.2%로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궈메이의 시장 점유율은 5.4%에 그쳤다.
황광위 회장의 복귀를 앞두고 궈메이는 지난해 4, 5월 징동, 핀둬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전 바이두(百度) 수석 부사장 샹하이롱(向海龙)을 궈메이 총괄 부사장 겸 온라인 회사 CEO로 임명하기도 했다.
징동, 핀둬둬의 지원에 황광위 회장의 본격 복귀까지 더해져 가전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단, 중국 양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궈메이가 쑤닝을 따라잡을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다는 게 업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