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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학 '토정비결'

[2021-02-18, 17:06:17] 상하이저널
설날만 되면 항상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에 드는 단어가 있다. 바로 그 해의 토정비결이다. 점을 자주보면 복 나간다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네 민속신앙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토정비결은 우리나라 고유의 운세 예언 비법으로, 수백 년간 한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제 점괘에 의존하는 문화는 사그라들었지만 매해 연초만 되면 인터넷 토정비결로 간편하게 신년 운세를 찾아보는 한국인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도 사주 같은 점과 미신은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재미로 토정비결를 보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토정비결의 역사를 알아보자. 

토정비결이란

토정비결같은 책은 도참서라 불린다. 도참서란 미래를 예측하거나 점을 치는 방법을 적어둔 책이다, 점술책으로 볼 수 있다. 토정비결은 중국 점술의 기반이자 동양 철학의 큰 영향을 준 주역을 기초로 두어 음양설을 따른다. 조선말 크게 유행한 책으로, 주역과 흡사한 점은 많으나 완전히 같지는 않다. 특히 점괘를 보는 세세한 계산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토정비결은 사람의 생년월일로 그해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방법을 다룬다. 

토정 이지함, 토정비결의 저자?

토정비결의 제목은 조선의 학자 이지함의 호 토정에서 따 온 것이다. 토정 이지함은 미래를 예견하는 기이한 행적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유교를 공부하는 학자였으나 민간신앙과 불교를 결합한 도교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이지함이 아내의 가문에 안 좋은 일이 닥칠 것이라 예감해 식구들을 데리고 도주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가문이 정말 역모죄로 처형당했다는 이야기는 그에 대한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임진왜란과 임진강의 범람, 자신의 죽음까지 예견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지함은 생활도 기인처럼 흙담집에 살아 호가 '토정(土亭)'이 됐다.점술과 의학에 능한 것으로 소문이나 이지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가 점을 보는 방식을 정리한 책이 바로 토정비결이라는 설이 유명하다.

토정비결은 이지함이 쓴 것이라고 흔히 알려졌지만 그가 정말 토정비결을 저술했는지, 책이 그의 이름을 빌린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지함은 1517년에 태어나 1578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토정비결은 정조가 재위 후 19세기가 돼서야 명세를 얻었다. 이 전에는  이지함이 토정비결을 썻다는 기록은 물론 토정비결을 언급하는 문헌도 찾아볼 수 없다. 

오늘날 이지함의 개혁과 빈민구제, 애민사상이 새로이 주목받으며 이지함을 단순한 도인이 아닌 경제학자이자 개혁가로 재평가하는 학자들도 존재한다. 이지함의 기이한 행적과 애민사상이 조선 말 유명해지며 그의 이름이 토정비결의 제목이 됐다는 설도 있다. 이지함이 토정비결의 저자가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토정비결과 이지함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조선인들은 왜 토정비결에 열광했을까?

토정비결 전에 사용되던 점괘들은 보다 간단하고 모호한 예언을 다뤘다고 한다. 토정비결은  사람의 미래를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전의 비법과 달랐다.  토정비결이 그 인기를 얻은 조선 말, 백성들의 삶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인해 빈곤해졌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러한 상황 속 더 나은 삶에 대한 백성들의 갈망으로 인해 토정비결과 같은 자세한 예언서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저술하였다. 다른 비결에 비교해 보았을 때, 토정비결은 행운의 운세를 예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 이러한 가정을 더 굳건히 해준다. 

현재도 우리 문화 속 큰 인기를 누리는 토정비결, 어쩌면 현대인의 삶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 아닐까. 

학생기자 김지영(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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