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불교사원 징안쓰
난징시루(南京西路)를 따라 가다 보면 황금빛 지붕으로 뒤덮인 징안쓰(静安寺)가 한눈에 들어온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황금빛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시선을 압도하는 화려한 외관의 징안쓰는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으로 오(吴)나라의 손권(孫權)에 의해 세워졌으며, 무려 18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강이 자주 범람해 절이 황폐해지기를 거듭하자 1216년 송(宋)나라 때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징안쓰의 역사
상하이가 오늘날처럼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로 성장한 것은 고작해야 한 세기 전의 일이지만, 삼국시대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왕조 치하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왔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시가 가파른 발전 속에 빠르게 현대화되며 잠시 잊고 있었으나 상하이는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장소로 분명 아직까지 살아남아 천 년이라는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구조물들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현재 상하이에 남아 있는 곳들 중 가장 오래된 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첫 축조일 기준으로 완공된 지 18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징안쓰(징안사)이다. 처음 지어졌을 무렵에는 중원사(重元寺)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예부터 꾸준히 향화가 끊이지 않았던 인기 있는 사찰이었다.
도심 번화가 한복판에 남아 있는 고대의 사원이라는 풍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내어 현대 문물과 과거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루에 1000여 명의 방문객들이 찾아오며 누구든 사찰이 문을 닫을 때까지 자유롭게 참배가 가능하다.
역사적 유적들이 으레 그렇듯 징안쓰 역시 근대에 이르러 모진 풍파와 환난을 견뎌내야 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송나라 때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보존하고 있었지만 1860년 상하이까지 진격한 태평천국의 군대에 의해 전소되고 만다.
사찰은 1880년 다시 재건되었으나 문화대혁명 시절 홍위병들에 의해 ‘반혁명적'인 장소로 규정되어 불상과 법구들이 철저히 파괴되고 1983년까지 플라스틱 공장으로 사용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다시 사찰이라는 본연의 용도로 회귀하면서 복구 작업 역시 진행되었고 1990년 다시 일반인에게 개방된 이래 중국 내륙에서 가장 핵심적인 밀교 사원 중 한 곳이 됐다.
징안쓰 내부
황금빛 지붕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징안쓰는 3개의 정문으로 웅장함을 보여준다. QR코드를 스캔한 후 입장하면 광장과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작은 향로 두개와 큰 향로 하나가 배치되어 있고 사찰 건물들이 그 공간을 둘러싼다. 사찰은 천왕문(天王们), 대웅전(大雄殿)과 삼성궁(三聖宮)으로 나뉘는데, 천왕문은 밖에서 보았을 때 앞쪽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건물로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을 모신다. 그러나 이 공간은 현재 방문객에게 열려있지 않다.
석가모니 불상
‘대웅전’은 불교 사찰에 보편적으로 설치되는 전당으로, 중심에 석가모니의 불상을 안치한다. 8.8미터 높이의 불상은 15톤의 은으로 만들어졌다. 방문객 모두 대웅전에 들어갈 수 있으며, 자신이 불자라면 절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불상 뒤쪽으로 돌아가면 화려한 불교의 입체적인 그림들이 배치되어 있다. 정갈하게 새겨진 작품들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청동종
대웅전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 오른쪽 아래에는 명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청동종’이 매달려 있다. 청동이 변색되고 일부 녹슬었음에도 고대 중국의 정취가 느껴진다. 현재 이 청동종은 전시만 하고 실제로 이용하는 종은 천안문의 오른쪽 2층 공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방문객은 안으로 입장이 금지돼 있어 투박한 멋을 한껏 살린 이 거대한 종은 유리 틈새로만 얼핏 만나볼 수 있다.
삼성궁
‘삼성궁’은 사찰의 왼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3.87미터 높이의 백옥으로 만들어진 불상도 있다. 옥부처 불상 앞에 3개의 작은 금빛 불상들이 배치돼 있어 화려함이 돋보인다. 여기에도 적지 않은 참배객들이 다녀가 평안과 안녕을 기원한다.
오랜 역사 건물은 사라졌지만
중국 공산화 이후 20년간 플라스틱 제조 공장으로 전락했던 징안쓰는 대대적인 보수를 시작하면서 기존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은 사라지고 하나의 관광지로만 남아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교통의 요지인 난징시루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며, 현대식 건물들과 어우러져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징안쓰를 둘러싼 건물 1층에는 골동품과 차, 실크, 도자기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들도 볼 수 있다. 가족들과 함께 주말에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도심 속 화려함과 옛 정취를 한꺼번에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보길 추천한다.
•静安区南京西路1686号
•07:30~17:00
•입장료: 평일 50元/매월 15일 30元
•교통편: 71번 버스 华山路站에서 하차 후 도보 5분
지하철 2, 7 호선 징안쓰역 1, 2번 출구에서 도보 2분
징안쓰 인근 볼거리•맛집
징안공원(靜安公园)
징안쓰 맞은편에 위치한 징안공원은 5만 평방미터의 녹지를 자랑하는 난징시루 최대 공원이다. 조계 시대에는 공동묘지였는데,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시민을 위한 근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100년에 달하는 오동나무 산책길과 입구 앞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플라타너스 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가로수 길가에는 악사들의 연주와 함께 중국 5•4 운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차이위안페이(蔡元培)의 조각상도 볼 수 있다. 공원 안에 있는 징안팔경원(靜安八景园)은 입장료(3元)를 받는 공원 안의 공원이다. 시아즈탄(虾子潭)이라는 인공 연못이 있으며, 점심 식사 후 차 한 잔 마시며 경치를 즐기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계절마다 다르지만 오후 6시 이후로는 입장할 수 없으므로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06:00~23:00
•静安区南京西路1649号
타이갤러리)
징안공원 내 위치한 타이 갤러리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맛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 아기자기한 소품들 등이 눈길을 사로잡고 경치 또한 일품이며, 특히 창 밖으로 보이는 안개 자욱한 연못은 밤에 보면 더욱 환상적이다. 태국 전통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똠양꿍과 해산물 팟타이, 파인애플 볶음밥을 추천한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늘 붐비는 곳으로 맛과 경치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예약은 필수이다.
•11:30~23:00
•静安区南京西路1649号
마오 스페이스(Mao Space, 毛泽东旧居)
징안쓰 케리센터 맞은편에 마오 스페이스가 있다. 마오쩌둥이 1920년 5월에서 6월까지 한 달간 상하이에 머물렀을 때 살던 집으로 주변 고층빌딩 사이에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 현재는 마오쩌둥의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내부는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뉜다.
1층 홀에는 마오쩌둥의 업적을 보여주는 사진 및 유품들이 전시돼 있고, 구석에 위치한 작은 방에는 마오 주석이 직접 사용한 식기, 필기도구 등을 찾아볼 수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2층에 도착하면 침실과 마오쩌둥 관련 영상을 상영하는 소규모 영화관이 있다. 그의 생애와 주요 사건들, 주변인들, 업적 등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영어 해설은 제한적으로 제공되므로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중국어 실력이 요구된다. 해당 기념관은 마오쩌둥이 짧은 기간 동안 머물면서 자신의 사상을 관철하고, 공산주의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됐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화(13:00~19:00) 수~일(11:00~19:00), 월 휴무
•静安区静安区安义路63号
쉑쉑버거(Shake Shack)
신톈디 1호점의 인기에 힘입어 징안쓰 케리센터 1층에 쉑쉑버거 2호점이 입점했다. 웨이팅 핫스팟으로 주말엔 자리 잡기 힘들 정도로 붐비지만, 평일 오전엔 비교적 편하게 맛볼 수 있다. 기본 오리지널 버거에 치즈를 곁들인 감자튀김, 밀크쉐이크가 대표적인 인기 메뉴이다. 음식이 조금 기름지다고 느껴진다면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느끼함을 달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00~22:00
•静安区南京西路 1515 号
학생기자 차예은(상해한국학교 10), 강윤솔(상해중학 10), 김보현(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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