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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中 영화 시장… 역전의 기회? 변환점?

[2021-04-17, 05:29:05] 상하이저널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의 가파른 발전과 함께 빠르게 성장해 왔던 중국 영화 시장 규모가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처음 미국 영화 시장을 앞섰다. 이러한 추세를 유지해 후일 북미 시장을 영구히 넘어설지 ‘반짝 추월’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로나 사태 초기, 중국 정부는 전국 영화관의 99%를 무기한 폐쇄했다. 2020년 1월 동안 중국 내에서 무려 7만 개의 영화관이 영업을 중단했다. 같은 해 3월 18일 순차적으로 개관을 발표했으나 이후 감염세가 확산되자 다시 전면 폐쇄 명령을 내렸다. 전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던 중국 영화 시장은 지난 한 해에만 약 20억 달러(2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대로라면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는데 실패하면서 해외 영화 산업 또한 침체 길을 걷게 됐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세계 영화 시장이 적어도50억 달러(6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는 수많은 신작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 후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4월경 중국 내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국 영화 산업도 조금씩 생기를 되찾게 됐다. 현재까지 중국 본토의 극장 흥행 수입은 약 31억 달러(3조 4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북미의 21억 달러(2조 3000억 원)보다 훨씬 높았다. 작년 설 연휴 고작 390만 달러(44억 원)의 극장 수입을 올리며 전년도 대비 99.7%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가장 흥행한 영화 대부분이 자국산 영화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중국 내 극장 흥행 수입의 80% 가량이 중국 자국 영화로 벌어들였다. 특히 항일 투쟁을 소재로 삼은 영화 ‘800(八伯)’는 중국에서만31억 위안(5000억 원)의 흥행 수입을 올리며 2020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非)할리우드 영화가 연도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가운데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기는 하나,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 본토에서 벌어들이고도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됐다는 사실은 중국 영화 시장이 그만큼 이전의 위상을 회복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을 제외한 타국의 영화 시장 규모가 크게 위축됐다는 증거로써 받아들일 수도 있다.

 

외국 극장가의 현 상황을 살펴보면 현재 중국 극장 및 영화 시장의 회복은 이례적일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가디언’은 지난 8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주요 영화사에서 대부분 일정을 겨울이나 그 이후로 미루는 가운데 여름 개봉을 강행했다가 흥행에 참패한 것이 세계 극장가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논평했다. 많은 국가에서 대부분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하고도 고작 4억 달러도 벌어들이지 못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한 극장 상영만으로는 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영화사들은 자연스럽게 영화관에 자사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에 소극적으로 변해 갔다. 이는 007 시리즈의 신작 ‘노 타임 투 다이’ 등 ‘테넷’ 이후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들이 다시금 극장 개봉일을 미루면서 확인됐다. 결국 궁극적으로 다양한 최신 영화를 독점 관람 가능하다는 영화관의 장점이 희석돼 관객의 발길이 끊기게 되고, 이러한 구조는 극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글로벌 영화 시장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로 타 국가의 극장가는 아직까지 팬데믹의 타격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 가량의 수입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어째서 중국은 비슷한 확진세를 보이는 다른 국가보다 훨씬 빠르게 영화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었을까. 이 현상의 근본적인 이유로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Hulu 등 일정한 금액만으로도 간편하게 각종 영상물을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가 중국 내에서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타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OTT 서비스가 극장을 대신할 코로나 시대 문화생활의 필수 요소로 각광받고 있으며, 그렇기에 타국의 영화사나 관객들은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반드시 극장으로 가야 할 필요가 없다. 준수한 대체재의 존재가 바이러스의 실질적 위협과는 관계없이 ‘굳이 상영관을 방문해 위험을 감수하지 말자’는 풍조를 만드는 데 한몫 한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에서 정식으로 제공되는 OTT 서비스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마저도 시청할 수 있는 영상물의 종류는 상당히 제한돼 있다. 집 안에서 양질의 문화 생활을 즐길 마땅한 장소가 없는 중국인들로써는 최근 다시금 개장을 시작한 극장으로 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종식 이후, 중국 영화 산업, 더 나아가 전반적인 문화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상술했듯 극장 상영을 통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수익 창출이 크게 제한되기 때문에 스트리밍 사이트 공개 등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관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이 곳곳에서 시도돼 왔고 또 그중 일부는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대신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크게 흥행한 한국 영화 ‘승리호’가 이러한 부류에 속한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을 탐탁치 않아 할 극장들과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도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영화사들 사이에 분쟁의 소지가 될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이처럼 영화의 관람처가 이전보다 다양해질 여지가 존재하는 타국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때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만으로도 종식 이후 산업 구조의 근본적 개편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경우, 그러한 변수가 적고 아직까지 극장이 별다른 도전자 없이 영화를 관객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코로나 이전의 모델’을 가장 오랫동안 유지할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안정성이 훗날 중국 영화와 문화 산업의 성장에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동향을 보았을 때 중국 영화 산업이 세계의 영화 산업과 매우 다른 위치에 놓여있게 될 것은 자명하다.

 

학생기자 김보현(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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