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책읽는 상하이 107] 마음이 살짝 기운다

[2021-04-22, 20:38:20] 상하이저널
나태주 | 알에이치코리아 | 2019.02.18
나태주 | 알에이치코리아 | 2019.02.18
내년이면 99세가 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복면가왕의 반전을 즐기시는 울 엄마를 생각하며 시를 옮긴다. 

[엄마의 마음]

아기가 자라면
엄마도 따라서
자라고

아기가 변하면
엄마도 따라서
변한다

아기가 웃을 때
따라서 웃는
엄마

아기가 아플 때
따라서 아픈
엄마

아기는 엄마의
조그만 호수
조그만 하늘

구름 한 점 없기를
물결 하나 없기를
손 모아 기도한다

[꽃 철]

어머니 올해도 봄은 오고
5월은 꿈같이 흘러
영산홍 철쭉꽃들 피어나고
모란도 송이 벌었는지요?

고향에 있을 때 제가 심은 꽃
그때는 어려서 꽃도 제대로 못 봤는데
이제는 꽃도 자라 
저만큼 피어났는지요?

꽃철에도 고향 가지 못한 게 여러 해
꽃이 피면 어머니 뜨락에 내려
허리 구부려 꽃을 보고
또 보고 그러시는지요?

자라서도 못 미더운
아들 보듯 그러시는지요?
어머니, 제게는 어머님이 그 어떤
꽃보다 고우신 꽃이십니다.

나태주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는 ▲1장은 보고 싶은 연인들에게 ▲2장은 생각만으로도 뭉클한 부모님과 가족에게 ▲3장은 자연과 일상에 대한 고마움 ▲4장은 지난 삶에서 마주했던 이에게 전하는 이렇게 4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꿀벌이 예쁜 꽃에서 꿀을 가져와 벌꿀을 만들듯 시인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살포시 가져와 시로 써 내려가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100편이 넘는 시 속에는 자연의 순수함과 소박함이 담겨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들이 나타나 있다.  

시를 만났을 때 나의 딸과 울 엄마가 함께 가슴에 들어오며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던 옛날 어른들 말씀이 생각났다. 떨어져 지내는 딸에게는 끝없는 외사랑을 보내면서도 가끔 아니, 더많이 잊고 지내는 친정엄마가 너무 그립고 죄스러운 맘이다. 항상 엄마는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어 엄마를 잊곤 하나 보다. 

구름 한 점 없기를
물결 하나 없기를
손 모아 기도한다 
-'엄마의 마음' 중에서

꽃철에도 고향 가지 못한 게 여러 해
꽃이 피면 어머니 뜨락에 내려
허리 구부려 꽃을 보고
또 보고 그러시는지요? 
-‘꽃철’ 중에서

자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해바라기가 되어 해가 지면 머리 숙이는 꽃처럼 우리들의 모든 어머니도 그렇게 뜨락에 허리 구부려 꽃을 보고 또 보고... 자식을 뜨락에 핀 꽃에 비유하며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무한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한 시가 아닌가 한다.  
멀리서 딸을 생각하며 구름 한 점 물결 한 점 없길 손 모아 기도하고 계실 울 엄마. 또 자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꽃을 가꾸고 보고 있을 울 엄마. 긴 세월 속 자식들 해바라기 하며 진이 다 빠진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니 갑자기 울컥해진다.
지금은 깊은 주름과 검버섯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지만, 엄마 또한 그 옛날 외할머니께서 뜨락의 꽃을 보며 딸이었던 엄마를 많이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또 먹먹해진다. 울 엄마에게도 “어머니, 제게는 어머님이 그 어떤 꽃보다 고우신 꽃입니다”라고 큰소리로 전하고 싶다. 올해가 가기 전에 “엄마 사랑합니다”라고 전해보자.

(이 글은 필자가 2019년 12월 31일에 쓴 글입니다. 필자의 어머니는 2020년 12월에 미국에서 작고하셨다고 한다. -편집자 주)

김혜경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한지의 거장' 이진우, 바오롱미술관..
  2.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3. 중국, 내년부터 춘절, 노동절 공휴일..
  4. 中 샤오펑, AI 휴머노이드 로봇 '..
  5. 홍차오-쑤저우남역까지 20분, 후쑤후..
  6. 즈푸바오, 일본 PayPay에서 즉시..
  7. 中 학부모들 앞다투어 구매하는 '공부..
  8. 7회 상하이 수입 박람회 폐막, 거래..
  9. 중산산 농부산천 회장, 재산 13조원..
  10. 트럼프 귀환, 美中관계 미치는 영향은..

경제

  1. 中 샤오펑, AI 휴머노이드 로봇 '..
  2. 즈푸바오, 일본 PayPay에서 즉시..
  3. 7회 상하이 수입 박람회 폐막, 거래..
  4. 중산산 농부산천 회장, 재산 13조원..
  5. 트럼프 귀환, 美中관계 미치는 영향은..
  6. 중국 브랜드 신제품 출시에 아이폰 가..
  7. 中 지난해 발명 특허 출원 ‘164만..
  8. 中 소비시장 회복, 10월 오프라인..
  9. 中 전기차 스타트업 너자, 공급업체에..
  10. 역대 최장 기간 솽스이, 매출은 올해..

사회

  1. 중국, 내년부터 춘절, 노동절 공휴일..
  2. 홍차오-쑤저우남역까지 20분, 후쑤후..
  3. 中 학부모들 앞다투어 구매하는 '공부..
  4. 김종대 전 국회의원 11월 16일 상..
  5. 상하이 남성, HPV 치료에 전 재산..
  6. 中 내년 공휴일 11일→13일 이틀..
  7. 이동한 전 민주평통 상하이협의회장 별..
  8. 中 눈곱·콧물·기침 아데노바이러스 기..

문화

  1. '한지의 거장' 이진우, 바오롱미술관..
  2. 韩日 현대 예술가 3인3색 ‘백일몽..
  3.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4. 오스트리아 빈 '한국 청년 아트페어'..
  5. 7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역대 최대 규..
  6.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7.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8. [책읽는 상하이 258] 신상품“터지..

오피니언

  1.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딸라..
  2. [허스토리 in 상하이]시월의 메시지
  3.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4.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프리미엄광고

ad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