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청 우 샤오스; 大城无小事’ 요즘 내가 즐겨 보고 있는 중국 TV프로그램이다. 예전 우리나라 ‘경찰청 24시’와 비슷하다. 마약사범, 사기꾼, 폭력배 등등 사건 현장을 보여주며 범인 검거 장면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가끔 110본부가 나오는데, CG인지 실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고자의 위치와 근처 경찰 근무자 위치가 입체적으로 굉장히 멋있게 나온다. 난 이미 둘째 아이 덕에 동네 파출소에 있는 CCTV 화면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장면이 더 생생하게 와 닿았다.
둘째 아이가 길거리에서 사기꾼에게 800위안을 기부(?) 당했을 때 그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는데 화질이 HD급이여서 놀랐었다. 2년 전 상하이 친구 아빠가 한밤중에 뺑소니 당했을 때 CCTV에 찍혔지만 흐릿한 화면에 누가 누구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어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친구의 얘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화질이었다. 범인의 입 모양까지 아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고화질이었다.
800위안 사건 이후 나는 이 프로그램을 더욱 열심히 보게 되었다. 범인을 잡는 과정을 본 후 800위안 범인도 저렇게 잡았겠구나 싶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후로 내 눈엔 핸드폰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주시하고 있는 경찰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범인 잡으러 나왔구나. 범인이 이 길로 지나갔구나.’
경찰들은 예전부터 이렇게 범인을 잡아왔을 텐데 내 눈엔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800위안 사건으로 처음 파출소에서 갔을 때 창구마다 ‘그날 접수된 사건은 그날 처리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신고 접수와 동시에 수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신고하고 집에 가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파출소에서 계속 대기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진술하는 데는 30분 정도 밖에 안 걸렸지만 프린트된 진술 내용을 확인하고 사인하고 이 내용이 다시 상부에 올려지고 상부에서 확인이 떨어지고 수사를 시작한다는 통보를 받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우리 아이 사건의 경우 수사를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범인을 특정하고 12명의 사진이 프린트된 종이를 보여주며 범인을 지목해 보라고 했었다. 그리고 약 한 시간 뒤 범인이 잡혔다. 범행 장소는 창닝구였지만 검거 장소는 자딩구이고, 이미 비슷한 사건으로 얼마 전 송장구에서도 잡혔었다고 한다. 송장구에서 풀려나자마자 창닝구로 자리를 옮겨 사기를 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니 이런 잡범의 경우 대부분 24시간 안에 다 잡힌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혹시라도 경찰의 도움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이 프로그램 덕에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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