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테판 츠바이크 | 휴머니스트 | 2004. 3. 15. |
|
인류 역사를 바꾼 운명의 순간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독일 문학계의 거장 슈테판 츠바이크 (Stefan Zweig)가 쓴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세계사 속 운명적인 사건들이 옴니버스 형태로 엮어져 있다. 숨가쁜 사건 전개와 반전은 마치 영화를 보듯 역사속의 현장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인류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이 나타나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평범한 시간들이 있었다. 그저 무심히 지나쳐가다 때로 별 같은 순간이 이후 수십 수백 년의 역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역사는 반복되기에 우리는 역사를 늘 진지하게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겪은 경험으로 인해 세계사를 뒤바꾼 12명의 주인공들이 책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 이 인물들은 모두 실존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물 전기처럼 딱딱한 문체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작가 특유의 표현력이 돋보여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목차를 참고로 실어본다
•태평양을 처음 발견한 건달 발보아
•동로마 제국을 정복한 오스만 투르크의 잔인한 무하마드
•뇌졸중을 극복하고 부활한 헨델
•하룻밤 만에 프랑스 국가를 작곡한 무명의 루제
•고지식한 부하 때문에 워털루 전쟁에서 패배한 나폴레옹
•괴테의 비가-열아홉 소녀를 사랑한 일흔넷의 괴테
•황금한 엘도라도를 발견한 수터
•사형 직전 목숨을 건진 도스토예프스키
•대서양에 해저케이블을 설치한 사이러스 필드
•악처 때문에 위인이 되었던 톨스토이의 미완성 드라마
•남극에서 얼어 죽은 비운의 탐험대장 스콧
•봉인 열차를 타고 스위스를 탈출한 레닌
예술가의 위대한 작품 또한 드물게 찾아오는 영감의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특히 나의 호기심을 최고조로 자극한 사건은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나폴레옹과 그의 우직한 부하의 일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인물, 로스차일드이다. 그가 선택한 기회로 세워진 거대한 금융제국이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되었음을 볼 때, 정말 운명적인 순간들은 한 인간을 갑자기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고, 어떤 자는 참담한 실패와 좌절을 맛보도록 하기도 하며,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로 만들기도 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공간적인 이동이 제한되는 지금의 상황이 마냥 힘들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독서와 영화를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인물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 인생을 겸허하게 돌아보게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선물로 여긴다면, 내 삶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욕망을 내려놓고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을 감사함으로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마무리 될 나의 개인사는 해피엔딩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이정연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