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이 어두운 밤, 마트 셔터가 조심스레 올라가고 안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문 바깥에는 셔터가 올라가길 간절히 기다린 이들이 은밀히 움직인다. 도시 봉쇄령이 떨어진 시안 주민들의 식자재 ‘암거래’ 현장이다.
29일 재신망(财新网)은 지난 27일 ‘외출 금지령’이 떨어진 날 일부 시안 거주민들이 이 같은 ‘암거래’를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마트는 당국의 감시를 피해 한시적으로 ‘몰래’ 문을 열었고 식자재가 부족한 거주민들은 조용히 움직였다.
시안시 방역당국은 앞서 코로나19 본토 확진자가 속출하자 지난 23일 ‘도시 봉쇄’ 조치를 내렸다. 시안 주민들은 규정에 따라 생활용품 구매를 위해 각 가정당 이틀에 한 번씩 1명만 외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27일 ‘코로나19 핵산검사 시행을 제외한 모든 외출 금지’로 규정이 바뀌면서 사실상 1300만 명에 달하는 시안 전 주민들의 외출이 전면 금지됐다.
시안 현지 주민은 주거 지역 내 작은 마트라도 있으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주민들은 개인 SNS에 온라인으로 식자재를 구매해도 배달원이 없어 배송 자체가 불가능하고 겨우 구할 수 있는 채소 가격도 치솟았다고 토로했다.
28일 밤 시안시 방역당국은 봉쇄된 각 주거단지에 무료로 채소를 순차 배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옌타구(雁塔区), 취장신구(曲江新区), 신청구(新城区) 등 주민들은 생활 필수 물자를 수령했다. 그러나 29일 밤 기준, 여전히 시안 주민들의 생활 물자 공급난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외출 금지에 따른 의료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시안에 거주하는 천웨이(陈威)는 지난 25일 4개월 된 임신부 아내가 복통을 호소해 해당 거주지 관리사무소에 병원으로 이동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는 외출을 허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셔취(社区, 커뮤니티)에 문의하라는 답을 들었다. 다행히 아내가 진통제를 먹고 복통이 완화되기는 했으나 천 씨는 “거주지에 의료 보장 차량이 없어 직접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 마저도 지금은 아예 외출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암 투병 중인 천린(陈琳)은 지난 25일 예정되어 있던 정기 화학 치료가 무기한 연장됐다. 천 씨는 “새벽이면 통증으로 잠을 자지 못한다”며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2022년 석사 대학원생 전국 통일 시험을 위해 시안을 찾은 타 지역 학생들도 일주일째 발이 묶였다. 한 수험생은 “타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수험생들이 이번 봉쇄 조치로 시안에서 자비로 숙박비,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며 “매 끼니, 매일 숙박비가 경제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편, 산시성은 지난 25일 이후 닷새 연속 15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9일 이후 누적 확진 1000명을 넘어섰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