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3일 중국 헝다그룹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
4일 펑파이신문(澎湃新闻)에 따르면, 3일 오전 중국 헝다그룹은 성명을 통해 1월 3일 오전 9시부터 홍콩 증권거래소 주식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공지하면서 구체적인 거래 정지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헝다 계열사인 헝다자동차와 헝다물업은 거래가 정지되지 않고 정상 거래되고 있다. 3일 헝다자동차는 오전 한때 10% 가까이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장중 12% 급반등했고 헝텅네트워크도 8% 넘게 올랐다. 헝다물업은 오전에 크게 떨어졌다가 점차 낙폭을 줄여 오후 3시쯤 0.4% 가까이 내렸다.
앞서 헝다그룹은 지난해 10월 4일에도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당시 헝다는 헝다물업의 지분 50.1%를 허성창전(合生创展)에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가 무산되어 10월 20일에 주식 거래를 재개한 바 있다.
업계는 이번 주식 거래와 관련해 신정 전후 발표된 헝다 관련 세 가지 뉴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헝다 하이화도(海花岛) 2호섬 39개 동의 10일 이내 철거 명령 ▶쉬자인 헝다 회장이 신년사에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건물 보수공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 ▶향후 3개월간 매달 투자자들에게 원금 8000위안을 갚겠다는 지불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헝다차이푸(恒大财富)는 지난달 31일 오후, 헝다차이푸가 투자한 프로젝트의 자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향후 3개월간 새로운 지급 방안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1년 12월과 2022년 1월, 2월 매달 각 투자자에게 원금 8000위안에 지급되게 된다.
1월 1일 첫날,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현재 헝다 전국 프로젝트 공사 재개율은 91.7%로 복직 인원 8만 9000명, 4분기 누적 건물은 5만 3000채가 넘는다”며 “헝다는 포기하지 않고 건물 공사를 끝까지 진행하여 매출과 경영을 회복하고 부채를 상환해 밝은 미래를 다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쉬자인 회장의 다짐이 무색하게 같은 날 헝다의 최대 규모 문화 관광 프로젝트, 하이화도 2호섬에 위치한 39개 동 건물에 대한 철거 명령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현지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하이난성 단저우(儋州)시 종합행정집법국은 헝다그룹에 하이화도 2호섬 39개 동 불법 건물을 10일 안에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건물은 2716채의 고층 아파트로 총 면적 43만 4900평방미터, 예상 시장 가치는 77억 위안(1조 4400억원)에 달한다.
단저우시는 건물 철거 원인으로 불법 취득한 기획허가증이 취소된 점, 프로젝트가 ‘중화인민공화국 도농계획법’ 40조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만약 기한 내 건물 철거가 완료되지 않으면 법 집행국은 법에 따라 철거를 단행하겠다고 집법국은 밝혔다.
화이하도는 쉬자인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문화 관광 프로젝트로 총 1600억 위안(30조원)을 투자해 만든 인공섬이다. 총 35만 5200평방미터 규모의 1호섬은 고급 호텔, 쇼핑몰, 오락시설이 자리잡고 있고 2호섬과 3호섬은 각각 고층 아파트, 저층 별장으로 지어진 240만 3500평방미터, 149만 2300평방미터 규모의 주거 지역이다.
하이난 현지 부동산기업 관계자는 “하이난의 환경보호 단속은 지난 몇 년간 진행되긴 했으나 화하이도 38동 건물처럼 이미 완공, 분양이 끝난 상황에서 분양증 회수, 토지 사용증 취소와 동시에 철거 명령까지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현지 동종 업계 사람들도 중국 헝다가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순간에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수단을 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헝다는 3일 밤 ‘화이하이도 업주에게 전하는 서신’을 통해 “단저우시의 행정처벌 결정서는 2호섬의 39동 건물에 한하는 것일 뿐, 화이하이도 다른 지역과는 관계가 없다”며 “다시 말해 6만 567가구의 업주 및 628가구의 미수금 업주의 부동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는 결정서의 안내에 따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원활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