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시안에서 만삭 산모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유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 협심증 환자도 중등위험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해 사망한 소식이 전해져 시민들의 분노가 거세게 일고 있다.
6일 북경청년보(北京青年报)에 따르면, 지난 5일 시안에 거주하고 있는 한 누리꾼은 웨이보를 통해 “아버지가 지난 2일 오후 갑자기 협심증이 발병해 현지 여러 병원에 찾아가 도움을 청했으나 진료를 거부당해 끝내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이 누리꾼은 오후 2시 아버지와 함께 가오신(高新)국제의학중심을 찾았으나 중등위험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병원 진입이 금지됐다. 이어 521병원, 제3인민병원 등 여러 병원에 연락해봤지만 중등위험지역 환자는 진료 불가, 발열 진료소만 진료 가능이라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었다.
결국 누리꾼의 아버지는 여러 병원을 다니며 전전긍긍하다 협심증 발병 이후 8시간이 지난 밤 10시에야 가오신국제의학중심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수술 후 의사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체되어 살릴 수 없었다”며 “발병 후 두 시간 안에 왔다면 약물로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의 아버지는 1월 3일 새벽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시안의 임신 8개월 산모가 복통을 호소하며 현지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19 음성 증명서가 없어 입구에서 2시간 가량 대기하다 유산하는 일이 발생했다. 수술 후 산모의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8개월 태아는 사망했다. 지난 5일 해당 산모가 병원 입구에서 하혈하는 사진, 영상 등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현지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시안 만삭 산모 유산, 협심증 환자 사망 사건 등에 거센 분노를 쏟아내면서 “시안의 방역 조치가 도를 넘어섰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이 벌써 2년째인데 시안의 방역 대처는 왜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가?”,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닌 사람을 죽이기 위한 방역 조치”라며 크게 안타까워했다.
한편, 산시성 방역당국은 최근 산모 유산 사건과 관련해 해당 병원 총경리, 진료부, 의무부 책임자를 대상으로 면직 처분을 내리고 시안시 응급센터 당총지 부서기 겸 주임, 시안시 위생건강위원회 주임에게 당내 경고 조치했다.
이어 모든 병원을 대상으로 위급환자, 혈액투석, 종양방사선치료 등 환자와 임산부에게는 신속 통로를 개설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