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SNS계정 들추기=개인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
‘공정’이 대통령 선거공약인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불공정’하다는 방증이겠다. 그러나 국민 정서는 “나쁜 짓을 해도 일만 잘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짙다. ‘도덕성’보다 ‘능력’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 현실 대선이다. 비단 정치권 얘기만은 아니다. 사회 곳곳 저변에 깔려 있다. 교육현장도 다르지 않다. 여기에 대학입시가 끼면 공정과 정의는 후순위로 밀린다. 대한민국 정치력이 미치는 상하이도 마찬가지다. 대학만 잘 가면 되는 ‘특례입시’라는 대의 앞에 ‘도덕’ 따위는 하찮아진다.
“위챗페이 열어!?”
개인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
학교를 다녀온 고등학생 딸아이가 울면서 다음날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했다. 동아리 문제였다. 동아리 시간에 예고도 없었던 단장선거가 치러졌고, 아이는 맡고 있던 단장자리에서 끌어내려졌다. 단장이 뭐라고 이 깟 일로? 아이의 상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었다.
단장선거 몇 달 전, 아이는 동아리 단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위챗페이 공개를 요구당했다. 카페 구석에 충전 중이던 아이의 휴대폰을 가져와보라고 하더니 다짜고짜 위챗 열어봐, 위챗페이 열어봐! 그리고 예상했다는 듯, 회비 잔액이 부족하다며 공금횡령 프레임을 씌웠다. 당황해서 은행계좌에 있다고 둘러댄 아이는 거짓말쟁이 프레임까지 덧씌워졌다. 동아리 내부의 오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자리에서 의도된 폭력성에 모욕을 당했다. 개인 인격과 존엄성이 심각하게 짓밟혔다.
선도위에서 확인한 바 대로, 아이는 이틀 후 자신의 위챗페이에 회비 부족분을 채웠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회비내역’이 아니라 ‘계좌내역’이었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었다. 이에 담당선생님과 교감선생님까지 나서 “위챗의 특성상 공금과 사비를 구분해서 사용하기 어렵고, 회비를 정리해왔으니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하고 매듭지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제지에도 공금 폭로가 이어졌고 그렇게 진행된 동아리회의에서 아이는 해명할 기회도 없이 불명예스럽게 내려왔다. 그리고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폭력”이라고 말해주지 않는 학교
사악했고, 폭력적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을 학교에 알리고 문제제기를 했다. 공동체 안에서 한 개인의 짓밟힌 인격과 명예를 회복해야 했고, 학교 안에서 학생들간에 해서는 안 되는 이 일은 ‘폭력’이라고 말해야 했다.
그런데 선도위는 관련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형식적인 사과도 반성문도 없이 결론내면서, 논의거리도 안 되는 여학생들간 감정다툼으로 보는 듯 했다.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공식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개인의 위챗계정을 들추는 행위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스피커폰을 켜고 공개적으로 폭언을 한 것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고, 회비에 대해 결론 냈음에도 전체회의에서 폭로하는 행위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선도위 판단인 것 같다. 결국 피해를 입고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있는데, 사과하는 사람도 반성할 일도 없는 사소한 사안이 돼버렸다.
부정적인 말을 유포하며 선동하는 것 ‘폭력’
한국에서 학교폭력은 ▲1단계 사소한 다툼 ▲2단계 부정적인 말을 유포하면서 선동하는 것 ▲3단계 집요하게 괴롭히는 것 ▲4단계 폭력을 행사하는 것 등으로 구분한다. 또한 학폭에 대한 심각성과 가해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에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실히 형성됐다. 그러나 한국의 학폭대응과 결을 같이 하지 못하는 이곳 학교에서 학생들은 문제의식 없이 명예훼손 발언을 지속하며 상대의 감정과 정서를 해치고 있다.
배움의 단계에 있는 미성년 학생의 미성숙함으로 넘기기엔, 그 행위에 아무 조치도 내리지 않은 학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기회도 주지 않는 그 결정은 과연 옳았나. “상대적이다, 인과관계가 있다”는 말로 폭력을 서사화시켰고, 마치 비리를 밝혀내는 정의로움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반성하지 않은 폭력이 여전히 학교에 나돌고 있다.
“타인의 존엄성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교육 현장
과거 군사독재 시대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가방을 다 뒤졌다. 여성들 핸드백까지도. 선생님이 학생들 책가방 검사하는 것이 인권침해라고 생각하지 못한 시대였다. 영장도 없이 집을 강제수색하기도 했다. 그것은 위헌이고 불법이며 반인권 행위인 것을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영장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것쯤은 다 안다. 이것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역사다. ‘역사와 외교를 다루는 청소년’들이 이러한 가치에 기초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스펙을 위한 껍데기 활동에 불과하다.
한국 ‘민주시민교육’ 강화,
개인의 인권과 공동체 가치를 배운다
한국은 올해부터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총 3단계로 나누고, 인권과 권리뿐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가치를 배우는 것을 첫 단계로 제시했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가치는 이것이다.
그러나 피해학생과 부모가 마음을 부여잡고 밤새 작성한 장문의 문서를 “자료가 너무 많다”며 말하는 교사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학교는 “타인의 위챗계정 뿐 아니라 어떤 경우에서든 개인의 존엄성을 소중하게 지켜줘야 한다”는 인권감수성을 일깨우고 실현하는 교육 현장이 돼야 한다. 또 아름답지 못한 그 행동은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정확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하면 안돼!”
사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
또한 부모로서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남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체뿐 아니라 정서와 인격을 해쳐서도 안 된다. 행위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최근 한 TV 강연에서 오은영 박사는 “아이를 대할 때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들이 바뀌고, 나이에 따라 달라져도 ‘사람이라면 이렇게 하면 안돼’, ‘인간이라면 이렇게 하는 거야’,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데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부모들이 세상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도리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도덕성은 개인의 문제지만, 아이들에게 도덕과 정의를 가르쳐야 하는 것은 한 사회의 어른인 부모와 교사들의 의무다. “대학만 잘 가면 되는” 우리 아이들 모두는 어차피 사회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한 일원일 뿐이다. 그 공동체 안에서 누구도 해치지 않고 최소한의 ‘도덕’의 마지노선은 지킬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인 학교가 바로 서야 한다.
sumiko(neodeist@hanmail.net)
⑥상해한국학교의 학폭 대응사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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