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무언가를 추구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인데, 대머리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생각해 본다면 대머리는 생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진 않으며, 머리카락이 조금 없어도 두피가 시원해질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구한 기간 동안 대머리는 기피의 대상이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동상에는 항상 월계관이 씌워져 있는데, 이것은 사실 벗겨진 머리가 그의 컴플렉스였기 때문이다. 연예인 김광규가 가발을 쓰게 된다면 의외의 미중년이 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 암이나 시각의 상실처럼 삶의 질 자체를 하락시키지는 않지만, 예나 지금이나 머리카락의 풍성함은 외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 휑한 머리는 성적 매력을 필연적으로 감소시키고 사회성과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수십 조각으로 쪼개진 두개골을 교정하고, 멈췄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고, 심지어는 성기 역시 이식이 가능한 시대에 머리에 털이 나게 만드는 것만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현대 의학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다. 보통 탈모라 함은 40~50대 중년 남성만의 전유물로만 치부하는 경우가 왕왕 있으나, 사실 ‘젊은 탈모인’ 역시 전체 탈모 환자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탈모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44% 가량이 20~30대로, 젊음이 탈모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십대 시절부터 학업 스트레스와 불균형한 생활습관 때문에 일찍이 풍성했던 옛날과 작별을 고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원형 탈모 따위의 스트레스성 질환은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이지만, 유전적 요인으로 정수리 탈모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모발의 완전탈락을 늦추는 것이 고작이다. 평생 관리와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
나이가 어리거나 젊어도 누구나 탈모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나 자신의 모발을 지킬 사람은 결국 나 자신밖에 없고, 적을 알면 백 번을 싸워도 백 번을 이긴다. 탈모의 진실과 효과적인 대처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탈모의 배경
남성형 탈모는 DHT 호르몬, 혹은 변형된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서서히 모발이 가늘어지고 종국에는 탈락하게 되는 질환을 일컫는다. 이것을 촉진하는 유전자는 남성에게는 우성인자로, 여성에게는 열성인자로 유전되기 때문에 대머리 환자는 남성에게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보통 20대 중반부터 이 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다고 하는데, 통념과는 달리 20대 탈모 환자가 적지 않게 존재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여성형 탈모는 남성형과 달리 통상적으로 ‘대머리’라고 부를 만한 수준까지 모발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정수리 부분이 매우 허전해지고 모발이 전체적으로 빈약해져, 남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사자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 젊은 여성이 외모 관리를 위해 과도한 식이요법과 다이어트를 진행하다가 그 영향으로 탈모를 겪는 경우도 많고, 갑상선이나 난소, 소화기의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만 유전자와 호르몬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만 알고 있을 뿐, 현재까지도 정확히 어떤 원리로 유전형 탈모가 처음 발생하게 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유전 이외에 탈모의 진행을 가속시킬 수 있으리라 의심되는 요인으로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 한계를 넘어선 다이어트, 약물 사용 등이 있다. 물론 이것들은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신체에 전반적으로 심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탈모의 정확한 원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렵다. 또한 유전형 탈모는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에 크게 관계 없이 발생한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다고 봐야 한다.
상술했듯, 유전형 탈모와 스트레스성 탈모는 서로 다르다. 후자는 모발이 탈락되는 범위가 그다지 넓지 않고 현대 의학으로도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지만, 전자의 경우 치료는 물론이고 예방마저 어렵다. 하지만 철저한 관리로 탈모의 진행 속도를 반영구적으로 멈출 수도 있는 만큼 희망을 잃기에는 아직 이르다.
대처법과 예방법
일단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머리가 100가닥 이상 빠지며 이마선이 후퇴하거나 정수리에서 빛이 더 잘 반사된다고 느껴진다면 탈모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가까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현재까지 개발된 탈모 치료 방법 중에서는 약물 치료가 그나마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약물은 딱 두 종류로, 프로페시아로도 알려져 있는 피나스테라이드와 미녹시딜 계열이다. 이 중 전자는 섭취용이고 후자는 발모제인데, 이것 이외에는 승인된 의약품이 없다. 꾸준히 복용할 경우 가장 효과적으로 탈모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성기능 약화 따위의 부작용이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 처방받도록 하자.
모발이식 또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으나, 이 역시 기술적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식 가능한 모발의 수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으며 언제나 이식 가능한 모발보다 필요한 모발이 더 많다. 때문에 이식은 탈모 초기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며, 이마저도 비탈모인만큼의 풍성한 머리숱을 기대하기에는 힘들다. 무엇보다 모발이식은 수술비용이 많이 들기에 마음 편히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이 단점.
이외에도 두피 건강을 유지하여 진행을 늦추는 방법이 있다. 두피가 열에 닿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머리로 향하는 자외선 역시 미리 차단하도록 하자. 콩 따위의 식물성 단백질은 모발의 생성에 큰 역할을 하지만 동물성 성분은 남성 호르몬의 혈중농도를 높여서 머리카락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치료 효능이 있는지는 물음표지만, 미역과 다시마의 요오드 성분이 탈모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탈모증 환자이자 일본 최대의 IT 기업인 소프트뱅크의 회장 손정의 (손 마사요시)는 머리카락이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전진하고 있는 것이라는 재치 있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처음 탈모 치료제가 승인을 받은 것이 1997년으로 벌써 20여 년이 넘어가고 그동안 수많은 치료법이 고안되었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최근에는 인공 모발을 배양하여 이식하는 치료법을 연구 중이라고 하며,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통상적인 모발 이식 수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들은 탈모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고는 하는데, 탈모인들의 고충에 대한 방증이라고 하겠다. 현대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분명 미래에는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 머리카락이 후퇴하고 있더라도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새로운 변화를 기다려 보도록 하자.
학생기자 김보현 (SA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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