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이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학교를 오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서 좋다는 아이. 학교를 못 가니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어서 심심하고 답답하다는 아이. 평소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아이.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감정 단어를 골라보게 하면 긍정적인 단어보다는 답답하다, 무기력하다, 우울하다, 어지럽다, 속이 뭉치다, 까칠하다 등등 부정적인 단어를 훨씬 많이 고른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부대끼며 사회생활과 대인관계 기술을 배우고 지식과 에너지를 얻어야 할 아이들에게 참 가혹한 시절임엔 틀림없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10년 동안 설파하고 다녔던 한 건강심리학자가 자신의 주장을 뒤집었다. 8년 동안 미국에 있는 성인 3만 명을 추적했는데, 예상대로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사망할 위험이 43% 더 높았다. 그런데 그 결과는 오로지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 사람에게만 해당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했어도 스트레스를 해롭게 여기지 않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망과 관련이 적었다고 한다. 이 실험 결과는 스트레스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다룰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재미있는 것은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스트레스 반응은 기실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기 위한 우리 신체의 자연스런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처하면 ‘포옹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옥시토신이 나와서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호흡이 빨라지게 해서 심장을 강하게 하고 뇌에 산소를 빨리 공급하도록 대비시킨다. 또 옥시토신은 자신을 보살펴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도록 강화한다. 이 보살핌이 회복력을 만들어낸다. 보살핌을 받아서 회복력이 향상되기도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 자체가 더욱 빠른 회복력을 갖게 한다. 누군가를 돌보고 지지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과 에너지를 주고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탄력성을 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활력을 주고 싶어서 함께 야채 키우기를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사이 유솔이가 키우고 있는 무가 연보라색 무꽃을 피워냈다. 연우네 고구마는 이제 하얀 뿌리를 씩씩하게 뻗고 있는데, 재훈이네 고구마는 푸른 잎들이 예쁘게 올라오고 있다. 서후가 열심히 노래를 불러준 덕분인지 서후네 가족이 심은 파들 중에 서후가 심은 파가 제일 잘 자라고 있단다. 태원이네 감자는 아직도 시커먼 싹만 삐죽삐죽 내밀고 있다. 요즘 변성기를 겪고 있는 태원이를 닮았다. 비록 서로 모를 테지만 연찬이네 양파와 하진이네 양파와 시영이네 양파는 닮은꼴로 잘 자라고 있다. 준수네 청경채와 지오네 상추도 이제 먹을 수 있을 만큼 제법 무성해졌다. 서우네 ‘근이(당근)’와 ‘니언(양파)’이는 이미 작별을 고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속절없이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핵산 검사와 함께 봉쇄 속에서 보냈다. 아이들에게 봉쇄 기간 중 제일 힘든 게 뭐냐고 물었더니 “엄마”라고 했다던가. 온종일 공구방을 들여다보고 삼시 세끼를 해 먹여야 하는 엄마들의 스트레스도 임계치를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6학년 아이들은 이번이 마지막 어린이날이었는데 아무런 선물도 못 받았다고 아쉬워한다. 게다가 올해가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만든 지 100주년이라는데. 이 아이들에게 올해 어린이날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중국의 칭링(淸零 제로 코로나)정책 덕분에 이혼율 제로라는, 100년 동안 깨지기 힘든 기록도 함께 남기게 될 것 같다.
바야흐로 가정의 달 오월이다. 온 가족이 이렇게 계속 같이 있어 본 적이 전에도 없었을 것이고 이후에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가정의 달은 자녀들과 밀접 소통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각자의 이유로 바빠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식구들이 모처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안아주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키우고 다듬는 시간이 되도록 같이 탐색하고 지지하고 도와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평생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앞으로 살아가면서 코로나 같은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건널 수 있는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김건영(thinkingnfuture@gmail.com)
맞춤형 성장 교육 <생각과 미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