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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의 딜레마; 태아의 생명권 VS 여성의 자기결정권

[2022-06-10, 09:41:07] 상하이저널
‘딜레마(Dilemma)’는 일반적으로 2개의 선택지 중 어느 쪽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을 말한다. 많은 종류의 딜레마 중에서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게 만드는 낙태의 딜레마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결정을 내지 못하는 대표적인 딜레마이다.  특히, 낙태를 금지하는 법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다른 종교적 신념이나 윤리적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때문에 이는 항상 토론의 주제가 되곤 한다. 

美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

낙태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이기 때문에 낙태와 관련된 법들은 20세기부터 정치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사건’ 때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미국 헌법 제 14조가 낙태의 권리를 포함한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에서 임신한 여성들의 낙태가 합법이 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임신 24주 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태가 가능하며, 로 대 웨이드 사건에서의 연방대법원 판결로 인해 낙태를 금지하는 주들의 법은 아무런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2018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 사건으로 인해 로 대 웨이드에서의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고 한다. 돕스 대 잭슨 여성보건기구(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사건은 2018년 미시시피주가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한 것에 대해 잭슨 여성보건기구가 미시시피주의 토머스 돕스(Thomas E Dobbs) 보건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현재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던 중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에 미국의 연방 대법원이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로 결정한 내용의 대법원의 다수의견 판결문 초안을 공개했다. 어쩌면 20세기 미국의 여성인권운동의 큰 부분을 차지한 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트러프 전 대통령이 임기 동안 보수적인 대법관들을 등용하며 생긴 일이라고 보고 있다. 보수 대법관들이 많아지자 공화당을 중심으로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韩 2019년 낙태법 헌법불합치
 

대한민국 또한 낙태에 관련해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기존에 낙태를 법적으로 처벌하던 낙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는 더 이상 죄가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낙태법을 대체할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에서 낙태의 대한 입법 공백이 발생하게 되었다. 낙태 시술이 더 이상 불법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된 법안이 아직도 마련되지 않아 낙태가 합법이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아직까지도 낙태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체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정부와 의학계가 생각하는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 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신 14주 이내 여성에게만 조건 없는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15주에서 24주 여성은 조건부 낙태를 허용하며, 24주 이후에는 모든 낙태 시술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내었으나 법안이 통관되지는 않았다. 의학계에서는 임신 10주까지만 조건 없는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22주까지의 여성들에게는 신중하게 낙태를 시행하며, 그 이후에는 낙태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료기관이 있다고 밝혔다. 

즉, 태아가 언제부터 생존가능한 하나의 생명으로 여겨질 것인가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해 법의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하다. 정부가 일부러 낙태에 대해 미지근한 못한 대처를 보여왔다는 비판을 받는 지금, 정부는 하루빨리 의학계와 함께 기존의 낙태법을 개정해야 한다. 

학생기자 오세진(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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