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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아동문학, 100년의 짧은 역사 속 발전

[2022-06-10, 09:48:14] 상하이저널
최근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 그렌상’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분에 한국인 백희나 작가와 이수지 작가가 선정되었다. 그림책은 소설류와는 달리 언어장벽이 없고, 그림을 통해 주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세계화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한국과 중국의 현대 아동문학은 100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유사한 과정과 성장통을 겪으면서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근대화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아동문학을 완전히 독립된 분야로 이해하고 아동만을 위한 문학으로만 여겨져 왔다. 처음에는 서구의 발전된 아동문학 작품의 번역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점차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이제는 한국과 중국만의 고유한 정서를 담은 작품들이 세계 무대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독창적인 작품성으로 무장한 한국 아동문학과 한국에는 잘 안 알려진 중국 아동문학의 역사와 전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 아동문학의 역사


한국 아동문학의 기원은 1908년 한국 최초의 근대적 종합 잡지 ‘소년’ 창간호에 실린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란 시에서 부터 시작된다. 이는 아동문학 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의 시초이기도 하다. 한국의 초기 아동문학에서 잡지라는 매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20년대 방정환 선생님께서 등장하기 전까지 최남선은 거의 독보적으로 아동문학을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922년 방정환은 번안동화 10편을 담은 최초의 세계명작동화집 ‘사랑의 선물’을 출간하였고, 1923년에는 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한다. 

‘어린이’는 본격적인 아동문학잡지로 이원수, 마해송 등의 아동문학가들이 이름을 알리는 장이 되어 한국 아동문학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방정환은 시대를 앞서 어린이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보았고, 우리가 잘 알다시피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창시하였으며, ‘어린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하기도 했다. 마해송의 ‘바위나리와 아기별’ (1923)은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창작 동화이고, 윤석중의 ‘잃어버린 댕기’ (1933)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동시집이었다. 윤석중은 ‘동요의 아버지’라 불리우며 1936년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잡지 ‘유년’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후 일제의 민족문화말살정책이 심해지면서 아동문학은 암흑기를 맞이하였고, 광복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혼란의 시기를 지나게 된다. 1970년대 들어 아동문학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기존의 글 중심의 동화에서 그림의 비중이 커지고 글이 간결해지는 그림책 동화가 확대되었다. 삽화에 불과했던 그림이 이제는 글과 함께 많은 의미를 담아내게 된 것이다.   

1980년대 후반 단행본 창작 그림책이 등장하고 ‘올컬러’ 동화책들이 출판되기에 이른다. 1988년 우리나라 최초의 단행본 그림책 ‘백두산 이야기’(류재수)는 현대적 의미의 국내 그림책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후 ‘사막의 공룡’(강우현) 이 브라티슬라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서 황금패상을 받았고, 1990년 ‘백두산 이야기’(류재수), 1992년 ‘피노키오의 모험’(김의숙)이 볼로냐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에서 당선되었다. 

1990년대는 한국적 정서를 담은 그림책이 출판계를 주도하였고, ‘솔이의 추석이야기’(이억배) ‘만희네 집’(권윤덕),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정승각)’ • ‘강아지 똥’(권정생, 정승각), ‘아씨방 일곱동무’(이영경) 등 뛰어난 그림책 작가들이 등장한 시기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이호백)가 2003년 뉴욕 타임스 최우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고, 2004년 ‘지하철은 달려온다’(신동준)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또 ‘구름빵’(백희나)과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박연철)는 각각 2005년과 2007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션’로 뽑혔다. 그리고 최근 백희나와 이수지 작가가 ‘아스트리드 린드 그렌상’(2020)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상’(2022)을 받기에 이른다. 

중국 아동문학의 역사


고대 중국 아동문학은 사람들이 구전으로 창작한 신화, 전설 그리고 민담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신화전설민담들은 훗날 아동문학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고대 신화전설 속 사상과 영웅주의, 낙관주의 정신, 그리고 낭만주의 창작방법과 짙은 환상적 색채는 후세 아동문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중국 동화의 시초로는 1908년 첫 백화체(白话体, 구어체) 동화 '고양이 없는 나라'(无猫国)를 꼽는다. 중국 아동문학의 역사와 발전을 보면, 1919년의 ‘5•4 신문화 운동’이 중국 사회의 발전 뿐만 아니라, 중국 아동문학의 낙후된 국면을 변화시키며 중국 아동문학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루쉰(魯迅)의 동생 저우쭤런 (周作人)은 1911년 일본에서 귀국해 동요와 동화를 수집하면서 안데르센, 톨스토이 등의 아동문학 작품을 번역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5•4운동 이후 그는 아동문학에 관한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아동문학의 성격•특징•역할•창작방법과 각종 아동문학 장르에 대한 연구와 논술을 체계적으로 전개하였다. 그는 아동의 정신적 필요에서 출발한 아동문학은 아동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어린이를 완전한 개인으로 여겨 성인과 똑같은 인격을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 아동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동문학' (儿童的文学) 이라는 명칭을 처음 제시한 사람답게 저우쭤런은 중국 아동문학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세계 각국의 아동문학 번역물이 대부분이어서 창작물이 드물었다.

1921년, 예성타오(叶圣陶)가 사실주의(realism)을 중심으로 2년 동안 창작한 13편의 동화를 엮어 '허수아비' 동화집을 출간하면서 비로소 중국 아동문학은 진정한 창작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서양의 동화들이 그리는 왕자와 공주, 요술쟁이와 요정의 세계를 완전히 벗어나 참신하고 중국적인 인물과 사물을 등장시켜 중국의 현실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1949년 전쟁이 끝나고 신중국이 수립되면서 중국 아동문학도 첫 황금기를 맞았다. 아동문학은 동화에서 시, 산문 그리고 희곡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종류가 더욱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이후 문화대혁명의 시기를 거치면서 주춤했던 아동문학은 1978년 아동문학출판사 2곳에서 현재 수십개의 어린이출판사에 이르기까지 눈부신 발전을 하였다. 현재 중국 아동문학 작가들의 집단도 커졌고, 그들이 만든 아동문학 작품은 사상적 내용이나 예술적으로 점점 다양화되고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성과로 2022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진바오(金宝)와 시옹량(熊亮)이 본선 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 아동문학의 전망

한국과 중국의 아동문학 시장에서 요즘 그림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그림책은 미취학 아동, 유아들의 가장 좋은 독서용 매체이며, 특히 아이가 독서습관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양국 모두 창작 그림책 출판이 큰 호황을 누리고 있고, 작품의 주제와 예술성이 끊임없이 향상 중이다. 더불어 한국과 중국의 고유한 특색을 담은 개성 있는 작품들이 세계 시장에까지 당당히 진출하여 주목받고 있다. 

또한 출판사의 지원이라든지 실력있는 작가들의 창작열기가 뜨겁고, 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으로 그림책에 대한 수요는 한동안 계속될 거라 본다. 하지만 유투브와 같이 나날이 발전하는 인터넷 영상물에 의해 책보다는 인터넷이 익숙한 아이들의 관심사와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아동문학의 범주에서 최근 그림책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글의 한계를 넘어선 그림이 갖는 힘에 있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나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책은 언어의 제약을 뛰어 넘어 작가의 의도를 쉽고도 충분히 전달해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현대 동화 작가들의 눈부신 성장과 세계 무대에서의 성과는 주 소비층인 젊은 부모들에게 매력적인 구매 요인으로 다가온다. 

세계 명작 동화 전집을 읽고 자랐다는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어린 시절 나는 순수 창작 동화 ‘강아지똥’을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매우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모습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동심을 담은 순수한 아동문학의 세계는 나이가 들어서도 우리가 잊고 사는 올바른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해 일깨워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와 온라인 생활로 답답하고 스트레스 많은 요즘 오랜만에 동화책 한권을 들고 동심의 세계로 힐링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학생기자 서지호(상해중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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