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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쌤 교육칼럼]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2022-06-19, 09:52:00] 상하이저널
갈래머리를 한 소녀가 산뜻한 새 옷과 흰 양말을 신고 집을 나선다. 길에는 여기저기 웅덩이가 있다. 소녀는 자기만의 기발한 방법으로 웅덩이를 건너간다. 소녀가 웅덩이를 건너는 방식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나 도전 과제, 어려움과 시련 앞에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해결해 나가는지 돌아보게 한다. 스페인 라세우에서 태어나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수산나 이세른의 그림책 이야기다. 

소녀는 처음에 눈과 귀를 모두 가리고 웅덩이가 없는 것처럼 피해 가려고 한다. 멀리 돌아갈수록 좋다고 생각하면서. 이 방법은 문제로부터 도망치거나 회피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재미없지만, 아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컴퍼스 전략은 먼저 웅덩이 지름이 얼마나 되는지 잘 어림해서 건너는 방법이다.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여러 경우의 수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힘든 방법이다.

내 주변의 물건들을 활용해 징검다리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어떤 친구 말처럼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당할 수도 있지만, 그때그때 내 주변의 자원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디딤돌이 잘 박혀 있는지, 미끄럽지는 않은 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안 그러면 다칠 수 있으니까.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친구 자전거를 타고 건너가는 방법이다. 그런데 웅덩이를 건넌 뒤에는 흙탕물이 묻은 친구의 자전거를 닦아줘야 한다. 어쩌면 평소에 사탕을 선물하며 친해 두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소녀는 아홉 가지의 방법을 동원해서 건넌다. 그런데 결국 반짝이는 구두, 새하얀 양말은 온통 진흙투성이가 된다. 소녀는 울음을 터뜨리지만, 옆에서 첨벙첨벙 물장난하는 친구를 보고 깜짝 놀란다. 소녀도 친구랑 같이 웃고, 노래하고, 소리 지르면서 웅덩이에서 놀기 시작한다. 그 순간 소녀는 깨닫게 된다. 지금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걸! 그러곤 웅덩이마다 첨벙대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지금 도시봉쇄라는 거대한 웅덩이를 막 건너고 있다. 봉쇄는 해제되었지만, 일상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아이들에게 코로나라는 웅덩이를 슬기롭게 건너는 방법에 관해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신박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다. 

책으로 탑 쌓기
(으잉?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건축의 재료로? 책을 많이 읽겠다는 문학적 표현으로 이해할게.)

방구석 여행 
(쌤도 인터넷으로 이국적 풍광 찾아보는 거 좋아해. 그런데 너희들 게임 속으로만 여행 다니는 건 아니겠지?)

나만의 간식(음료) 만들기
(흠, 좋은데? 쌤도 봉쇄 중에 평소 절대 안 하던 음식 만들어 먹음.)

V로그 찍기
(핸드폰을 제2의 뇌로 장착하고 있는 너희들은 역시 다르구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작곡에 도전한 재민이 멋져. 축구팀 만든 승후도 응원해. 쌤도 영상편집 배우는 중.)

이 밖에도 많은 친구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게임하기, 운동하기, 춤추기, 영화보기와 같이 평소 좋아하는 것들을 제안하기도 하고, 속담 퀴즈, 발명하기, 이야기 만들기와 같이 학구적인 제안들도 있었다. 마음가짐에 따라 웅덩이의 의미도 웅덩이에 대처하는 자세도 달라진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해한다. 앞만 보고 가기 보다 한 번쯤 쉬어가고 주변도 돌아볼 수 있으니 웅덩이는 휴게소 같은 거라고 어른스럽게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봉쇄가 해제되던 날, 그 동안 긴 봉쇄로 지친 상하이 엄마들을 위한 마음 챙김의 시간을 가졌다. 힘들었던 순간, 힘들었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그때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들처럼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여행, 공연, 비 온 다음날 풀 냄새, 신상 옷 구경, 이병률 시인, 땀 흘리고 목욕하기, 강아지랑 산책하기, 이웃이 만들어준 도토리묵, 와인, 우리들의 블루스, 늙으면 친구들 불러서 놀 수 있는 제주도 집 알아보기….
평소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졌다. 

코로나 봉쇄가 끝나니 이제 방학이다. 엄마들은 또 돌밥돌밥 걱정이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자기를 비난하기보다 가장 가까운 친구처럼 따뜻하고 친절하게 보살피자.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웅덩이를 건너느라 흙투성이가 되어서 돌아와도 화내거나 짜증 내지 않고 반길 수 있을 테니. 그래야 우리 아이들도 마음 놓고 웅덩이를 건널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겠는가?  

김건영(thinkingnfuture@gmail.com) 
맞춤형 성장 교육 <생각과 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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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아이들과 책 읽고 토론하며 글을 쓴다.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코칭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청소년 인문캠프, 어머니 대상 글쓰기 특강 등 지역 사회 활동을 해왔으며, 도서 나눔을 위한 위챗 사랑방 <책벼룩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저널과 공동으로 청소년들의 진로탐색을 위한 프로젝트 <청미탐>을 진행하고 있다. 위챗 kgyshbs / 이메일 thinkingnfuture@gmail.com / 블로그 blog.naver.com/txf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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