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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2022년 일체유심조

[2022-06-24, 10:56:27] 상하이저널

남편이 3년 만에 출장을 간다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상하게 나도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상해로 돌아오면 랜덤으로 배정된 창문도 없는 호텔방에 갇혀 2주간 감옥살이를 할지언정 따라가고 싶었다. 요즘 나처럼 중국 살이가 허한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딸들은 아빠에게 한국 공기를 담아오라며 부러운 듯 장난을 건넸다. 

올해 나는 드디어 중국 생활 10년을 채웠다.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더 중국에서 지내려고 계획 중이니 이제 겨우 마라톤의 중간 지점을 돌았다고 볼 수 있다. 마라토너들의 첫 번째 위기는 중간 지점에서, 두 번째 벽은 35km 즈음에서 만난다고 하던데 나도 이렇게 중국 생활의 첫 위기를 맞이했나 싶다. 특히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과 갑작스러운 강제 봉쇄 상황이 조열해진 마음에 부채질까지 해서 향수병에 불을 제대로 지폈다. 어떻게 해야 현명하고 즐거운 중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출장 가방을 싸는 남편을 보니 18년 전 처음 만난 그때가 떠올랐다. 지난 5월 막막한 봉쇄 기간 중에 17번째 결혼기념일을 담담히 지나 보낸 우리는 의리로 산다는 여느 부부처럼 사랑보다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던 첫 만남도 있었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던 뜨거운 시절. 이 사람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편견 없이 모든 걸 알아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의학 연구에 따르면 불 같던 사랑의 유효기간도 3년이면 끝이 난단다. 매일 뜨거운 상태로 5년, 10년, 20년을 산다고 생각해 보라. 상상만 해도 힘들다. 이런 걸 보면 초심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순리에 어긋나는 말이며, 조물주는 인간을 배려하여 세심하게 창조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중국과의 첫 만남은 또 어떠했던가. 풋풋한 첫 만남의 설렘과 두려움, 기대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사회주의 국가로 첫 발을 들여놓는 두려움이 알게 모르게 있었다. 어린 시절 공산주의자를 ‘빨갱이’라 매도하던 시절도 겪었기에, 내가 갖고 있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도 한몫 했을 것이다. 공항 입국 심사에서 자본주의 티가 줄줄 나는 나를 보며 중국어로 말을 걸면 어떡하지? 모든 것이 떨리고 설렜다. 

첫 출장 중 골목길 장터에서 목격한 팔뚝만 한 고추, 길거리표 마라탕을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보며 옆 노상에서 대추 한 봉다리를 사서 쥐어주던 중국 직원의 맑은 얼굴이 눈에 선하다. 나는 그렇게 중국과의 첫 만남에서 첫사랑을 시작했던 것 같다. 중국의 모든 것을 알아가고 싶었다.

거실에서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소파에 반나절씩 누워있는 남편을 보면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그와 전우애로 뭉쳐 뜨겁게 사랑하고 달려온 중국 생활은 더없이 편안하다. 그와의 관계도, 중국에 대한 사랑도 이미 온도가 낮아져서 미직지근하지만 뒤뜰의 메주처럼 잘 익은 믿음이 자랐다. 그리고 메주는 만드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된장으로 멋지게 재탄생 하지 않는가. 2022년 봉쇄의 끝에 너덜너덜해지고 허한 마음을 부여잡고 나는 2022년 일체유심조를 외친다. 

니모와 도리(brighte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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