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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은행 상하이대표처 한재현 수석 대표

[2023-06-12, 16:51:28] 상하이저널
"중국경제를 보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사진=한국은행 상하이대표처 한재현 수석 대표(상하이저널)]

재중국 한인사회에 ‘탈중국’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색된 한중 관계 속에서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갈등과 대립의 미중 관계에 낀 한국의 경제에 위기감이 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불확실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최고의 중국경제 전문가를 상하이 수석대표로 임명했다. 한재현 대표는 한국은행에서 기획국, 은행국 등에서 근무했고, 학술연수원으로 선정돼 중국의 대외경제무역대학에서 금융학을 공부했다. 이후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조사국 중국경제팀장을 역임했다. 

또한 2020년 <쉽게 배우는 중국경제>, 2021년 <중국경제산책-중국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전망>, 2023년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 등 3권의 중국 관련 책을 출간하며, 중국경제를 보는 균형 잡힌 시각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부임 소감과 계획, 최근 출간한 책과 관련해 중국경제 전망에 대해 들어본다. 

한중∙미중 관계 등 민감한 시기에 부임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베이징에서 근무했다. 다시 온 중국 곳곳에서 변화를 실감하는 중이다. 이 변화가 10년 이라는 시간의 간극인지, 베이징과 상하이 도시의 차이인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새 상하이 한인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한중 관계 또는 한중 경제가 위축됐다는 방증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반중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 예로, 한국 일반고등학교 제2외국어 교사 중 중국어 교사 비중은 2020년 43.2%를 정점으로 이후 감소해 2022년은 40.2%로 하락했다.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수가 줄고, 인기도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 기관과 기업도 중국 근무 희망자가 줄고 있는 추세다. 

아직까지는 한국 수출입에 중국 시장이 20~25%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22%까지 줄었지만 경제규모로 볼 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충분히 잘 활용해서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감정적인 요인으로 지레 포기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해서 안타깝다.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분들이 더 크게 공감하겠지만, 중국 시장의 가능성과 중국경제의 올바른 이해를 강조하면 ‘양비론’이라고 하거나 ‘친중파’라고 얘기한다. 사실 한국에서 받아들이는 중국 관련 시각은 미국과 유럽의 언론∙투자 기관에서 나온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중국어 자료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또한 안타까운 부분이다. 

중국 경제∙금융 중심 상하이 현지에서 근무하는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중국의 다양한 정보들을 직접 수집하고 제공해 최적의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중국인들과 교류하면서 한중 양국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역할도 하고자 한다. 

중국경제 전문가로 관련 책을 여러 권 펴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를 출간했는데, 어떤 책인지 궁금하다.

중국은 얼핏 보면 자본주의 국가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사회주의가 기저에 깔려 있다. 책에서 두 성격을 ‘알리바바’와 ‘마오타이’라는 단어로 대변했다. 알리바바는 중국을 대표하는 거대 IT 기업으로 성장했다.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기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정부가 엄청난 지원을 하며 중국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동시에 2020년 알리바바의 수난은 중국경제가 자본의 논리가 아닌 정치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했다. 

중국주식 시장 시가총액 1위인 마오타이는 대표적인 국유기업이다. 중국경제에는 각 방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국유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국유기업이 중국경제를 지배하는 진정한 실세라고도 할 수 있다. 2022년 포춘 500대 기업 중 중국이 136개 이름을 올렸는데 이중 86개가 국유기업이다. 이처럼 민간과 국가 간의 조화와 긴장, 협력과 갈등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중국경제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한재현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3년 3월

책에서 중국경제를 대표하는 키워드 20개를 제시했는데, 특히 강조하고 싶은 키워드가 있다면.

반도체 전쟁으로 귀결되는 ‘미중 패권 경제’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미중 갈등은 과거 무역 통상 분쟁에서 지금은 기술 패권분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중 간 기술 격차의 핵심은 바로 반도체에 있다. 양국의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은 반도체산업 구조상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동시에 반도체 수요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방향으로 노선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중국과의 협상에서 당당하게, 그러나 유연성을 가지고 할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체면도 세워주는 현명함이 필요해 보인다. 

이밖에 중국 정부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인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이슈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중국과 무역 경제 등 의존도가 높다. 한중 관계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는지.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중간재를 공급하고 중국은 최종 조립만 했다. 반제품 중간재를 공급받고 조립해서 미국이나 유럽에 파는 과정에서 한국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 일본을 합쳐도 중국과의 교역에 못 미칠 정도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그런데 점차 중국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자체 공급망이 커지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도 줄어들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경제적인 이유이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중 교역 상황에 변화가 생겼지만 한국이 중국보다 잘하는 분야는 분명히 있다. 기술적 우위 분야인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등에 기회가 있다. 또한 중국이 아직 약한 분야인 소프트웨어, 문화, 서비스 분야 등과 성장 잠재력이 큰 교육, 관광, 양로, 반려동물, 1인 싱글 시장에 개발 여지도 크고 기회도 많다고 본다. 현지와 잘 협력하고 대응하고 연구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시장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최근 몇 년 새 탈중국 현상으로 베트남, 인도, 동유럽 등으로의 이전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도 인도, 말레이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중국은 글로벌 생산기지이자 핵심기지로서 앞으로도 10년은 충분히 매력 있는 나라라고 본다. 이제 차이나+1, 차이나+N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을 필수 기지로 두고, 그 외 나라에 추가로 두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고수미 기자 

[한국은행 상하이대표처 한재현 수석 대표]


<학력>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금융학원 졸업(경제학 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졸업(경제학 박사)

<경력>
한국은행 기획국, 은행국, 베이징사무소 근무
한국은행 조사국 중국경제팀장
한국은행 상하이 선임주재원(현재)

<저서>
쉽게 배우는 중국경제(2020년)
중국경제 산책-중국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전망(2021년)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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