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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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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문학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东野圭吾)의 수십 편의 작품 중 단연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편소설 <백야행>을 소개한다.
이야기는 1970년대 일본의 한 버려진 건물에서 전당포 주인인 중년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용의선 상에 올랐던 여인이 얼마 후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으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져든다. 십수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은 점차 잊혀지고 이야기는 피해자의 아들 료지와 용의자의 딸 유키호의 삶으로 이어진다. 충격적이게도 그들 주변에는 늘 살인과 성폭행, 납치 등 범죄들이 끊이지 않고 펼쳐지는데 이는 과연 누구의 소행인가? 과거 전당포 주인 피살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나이든 형사가 집요하게 두 사람의 행적을 추적해 나간다.
언뜻 전혀 만나는 장면이 없는 료지와 유키호, 두 사람은 과연 동떨어진 각자의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인가, 아니면 어떤 운명의 끈으로 단단히 묶여진 것인가? 둘은 서로의 인생에 어떤 존재인 것일까? 긴 세월에 걸친 수많은 등장 인물들 속에서 은밀한 복선을 따라 그 퍼즐 조각이 하나 둘 맞추어져 간다. 제목 <백야행>에 나오듯 어두운 터널 같은 인생을 사는 료지는 새해 소망을 묻는 친구의 질문에 “낮에 바깥을 걸어 다니고 싶다. 내 인생은 백야에 걷는 것 같았으니까”라고 답한다. 유키호는 “내 위에 태양 따위는 없었어. 언제나 밤이었지. 하지만 어둡지는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존재가 있었으니까…”라고 말한다. 치밀한 서사 구성과 정교한 설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범죄의 섬뜩함을 보며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악은 어디까지인가?”, “악은 타고나는 것인가, 키워지는 것인가”, “어린시절에 겪은 고통은 사람의 일생에 어느 만큼 영향을 주는가?”, “상처받은 영혼에게는 어떤 위로가 있어야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인가?”와 같은 주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백야행>은 출간 후 20여 년 동안 200여만 부가 판매된 스테디셀러로 일본에서는 연극과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되었다. 또한 지난 십여년 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소설책의 작가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한다. 그의 소설 중 독자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으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 <악의>, <도키오> 등이 있다.
최승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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