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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04] 뭉우리돌의 바다

[2023-08-12, 06:04:57] 상하이저널
김동우 | 수오서재 | 2021년 7월
김동우 | 수오서재 | 2021년 7월
지난해 광복절을 이틀 앞둔 8월 13일 상해 희망도서관에서 의미 있는 온라인 강연을 마련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사적지를 찾아 사진을 찍고, 후손을 찾아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 기록의 일부분을 책으로 낸 김동우 작가를 온라인으로 초청한 것이다.  

‘인도, 멕시코, 쿠바에 독립운동 사적지가 있다고?’  하와이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쿠바 등지는 전혀 상상해 보지 못했던 곳이었다.  호기심을 가득 안고 강연을 듣기 시작했다. 작가 역시도 세계일주여행 중에 들린 인도 델리의 레드 포트가 한국광복군의 훈련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사로잡혀 여행의 목적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인도에서 우연찮게 인면 전구 공작대 이야기를 찾아보고 머리털이 쭈뼛 섰다. 인도라니, 그것도 우리 독립운동사라니, 처음엔 잘 믿어지지가 않았다.  무지를 책망했고 동시에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에 자긍심이 솟았다…. 레드 포트의 고목 하나, 허물어져 가는 건물 하나, 현지인들의 표정 하나까지 모든 게 다르게 다가왔다.”
이후 작가는 2017년부터 중국, 인도, 멕시코,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등 10여 개국의 독립운동사적지를 찾아 기록했고, 그 일부분을 지난해에 책으로 펴냈다.    

 두 시간 남짓한 강연을 들으며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첫째 든 생각은 부끄러움이었다.  ‘내가 누구의 피땀으로 되찾은 나라에 살고 있었는지 몰랐구나’하는 부끄러움과 미안함. 두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우리 조상들의 처절했던 독립운동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 책을 구해 읽었다.  

본업이 사진작가이기 때문인지, 책은 그 자체가 작품집이라 해도 좋을 만큼 함께 실린 수많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의심할 여지 없이 아름답고 훌륭했지만, 그곳에 묻혀있는 우리 조상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알고 난 후 보면, 그보다 더 처연할 수가 없었다.  

백 년도 더 전에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도착한 낯선 땅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취급을 당하고 착취당하고 살면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독립자금을 모았던 그분들, 목숨이 하나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분들, 김동우 작가가 어렵게 찾아내 이 책에 기록한 수많은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이름 대부분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100여 년 전에도 나라는 그분들을 위해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1921년 멕시코에서 쿠바로 건너갔던 270여 명의 한인들, 낯선 땅이지만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학교를 세워 우리말과 역사를 가르치고 독립자금을 모으고 독립운동을 했다.  하지만 쿠바와 외교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그곳에 남겨진 우리의 독립운동의 역사는 한 번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채 점점 잊혀지고 사라지고 있다.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흡사 지구 어디에도 있는 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주소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는 그분들의 후손들, 그리고 끝없는 이야기들의 기록. 과연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했을까 싶은 이 방대한 작업을 김동우 작가 홀로 해냈다는 것이 놀랍고, 미안하고, 감사했다.

“나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던 역사였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시간을 살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전 세계에 보석처럼 박혀 민족의 등불이 된 현장을 제대로 기록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는 기록할 때 역사가 될 수 있지 않나.” 

인간이 고귀한 건 이런 순간인 것 같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아무런 계산 없이 마땅히 해내는 것.  생각해 보면 백여 년 전 그때, 하늘의 별만큼 많았던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했을 것이다, 마땅히!  그렇게 지켜낸 나라를 물려받은 우리는 마땅히 그분들을 찾아내고 그분들이 한 일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양민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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