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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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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이기주의와 아파트
몇 주 전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로 하고, 별 기대없이 영화 한편을 골랐다. 예고편도 보지 않았고, 단지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 연기가 검증된 배우들이 나온다는 이유로 선택했다. 영화를 본 후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다. 그 영화가 바로 올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엄태화 감독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아포칼립스(좀비, 공포물) 장르의 영화다. 아파트 주민들은 나가면 얼어 죽는 강추위와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이 무너져 내린 극한 환경 속 유일한 보금자리를 가진 자들이다. 점점 아파트 내의 시스템을 구축하며 기존의 거주자 외의 생존자들은 배척당하고 아파트 밖, 사지로 내몰린다. 급기야 이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황궁아파트 주민들은 극심한 대립과 생존을 위한 사투를 지속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스크린을 채우는 우리 나라의 집과 거주, 아파트의 역사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황궁아파트가 주민들,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상기시킨다. 재난 속에서 홀로 살아남아 우뚝 솟은 황궁아파트 내부에선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들을 철저히 분리하고, 나름 체계적인 커뮤니티를 이룬다. 자연스레 권력이 생겨나고 무력으로 무장하는 이들의 모습은 문명과 야만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의미를 곱씹게 한다는 점에서 고전 명작인 ‘파리대왕’과 ‘동물농장’을 연상시키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이기주의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의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단편적으로는 이병헌이 연기한 ‘김영탁’의 정체엔 최근 숱하게 제기되는 집의 소유와 아파트를 둘러싼 문제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지니는 진정한 의미는 박서준이 연기한 ‘민성’을 통해 드러난다.
작중 민성은 가장 평범하면서도 소시민적인 성향의 인물을 맡는다. 군대를 다녀오고, 공무원으로 일하며 힘들게 모은 자금으로 대출을 끼어 아파트에 입성한 젊은 부부. 관객들은 이러한 인물이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내리는 선택을 보면서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민성은 방위대에 합류하며 외부인을 쫓아내는데, 자신의 행동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앎에도 멈추지 않았다. 소
위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할 만한 행동이지만, 민성의 입장에서는 단지 자신과 가족에게 득이 될 길을 택한 것일 뿐이다. 민성과 타 거주민들의 행동을 비판 하기엔 정도의 차이일 뿐, 이와 유사한, 되려 더한 일은 현실에 수두룩하다. 민성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현대에 팽배한 이기주의와 집단, 그리고 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 또 어디까지 이타적일 수 있는 지를 질문한다. 황궁아파트를 상징하는 것 같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과연 어느 곳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학생기자 이예준(진재중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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