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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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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개발과 핵무기의 아버지’라고까지 불리는 오펜하이머. 그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핵무기는 미국 역사를 넘어 인류 역사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고 인류는 더 이상 핵무기가 없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며, 이는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대를 마주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와 비교될 만큼 인류에게 과학 발전의 엄청난 진일보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인류에게는 재앙이 되기도 한 핵무기 개발은 오펜하이머 삶 전체에 모순을 드리워지게 하였다. 자신의 프로젝트로 개발된 핵무기의 사용을 반대하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기도 했던 대표적인 모순점부터 태도와 행적의 크고 작은 모순들까지,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영화 내내 오펜하이머와 그 외 등장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누군가를 죽임으로서 누군가를 살려내려는 모순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고뇌를 잘 묘사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죄로 평생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당한 것처럼 오펜하이머도 도덕적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솔직히 핵무기를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았으나, 그의 깊은 고뇌와 윤리적 딜레마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핵무기를 개발하여 미국에 승전을 안겨주었고 미국이 세계 1위 국가임을 인정하게 만든 크나큰 성과를 이룬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오펜하이머는 종전 이후 평화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며 수소폭탄을 반대하는 등의 활동을 했지만 원자폭탄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가 종전 이후 보인 행보들만이 그의 속죄를 느낄 수 있게 할 뿐이다.
과학이 존재했던 이래로 우리는 과학과 인류의 관계나 과학의 양면성, 과학의 윤리 등에 대해 꾸준히 질문을 던져왔다. 원자폭탄이 가진 어마한 파괴력은 대단히 상징적이지만 사실 비슷한 예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단적인 예로, 플라스틱의 개발은 인류에게 더 윤택하고 풍족한 삶을 선물했지만 플라스틱이 야기하는 각종 환경 문제와 건강 문제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AI 관련 기술 역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여는 놀라운 발전인 동시에 인공지능 윤리에 관한 많은 고민과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모든 과학은 그 발견 혹은 발명의 시작부터 결과까지 어찌 보면 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동시에 철학자였다는 사실이 이것을 뒷받침해 준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과학발전이 인간에게 이로운 것일까?’ 질문하게 된다. 그 누가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네가 오펜하이머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만약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핵개발에 참여했을 것이고, 독일이 먼저 핵폭탄을 개발하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모든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양면성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가는 인간의 윤리와 도덕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으나 그것에 대해 고뇌하고 최대한 휴머니즘에 입각해 그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인간은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기자 조남우(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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